검색 기록 대신 '챗GPT 프롬프트' 터는 경찰… 과연 법원은 증거로 인정할까?
검색 기록 대신 '챗GPT 프롬프트' 터는 경찰… 과연 법원은 증거로 인정할까?
단순 검색어 넘어선 AI 프롬프트
피의자의 '내심' 비추는 결정적 단서로 급부상

chatGPT 로고
최근 일선 경찰서에서 피의자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참관하던 변호사들은 진땀을 빼고 있다. 수사관들이 과거처럼 웹 브라우저 검색 기록이나 지인과의 메시지를 뒤지는 대신, 피의자와 생성형 AI '챗GPT' 간의 대화 내역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 수임을 위해 의뢰인을 만난 변호사가 가장 먼저 챗GPT 상담 내역부터 확인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자신과 만나기 전 AI와 나눈 대화 내용을 숨길 경우 아예 의뢰인을 돌려보내는 변호사도 생겨났다. 변호인과의 대화는 비밀유지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AI에게 털어놓은 속내는 고스란히 수사기관의 핵심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최근 발생한 '강북구 모텔 연쇄 살인 사건'이다. 당초 피의자는 살인의 고의성을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이 피의자의 챗GPT 대화 내역에서 "수면제와 술을 같이 먹으면 죽어?"라는 질문을 포착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수사기관은 이를 근거로 상해치사보다 형량이 훨씬 무거운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챗GPT가 피의자의 내심과 범행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스모킹 건'이 된 것이다.
검색창 키워드와 차원이 다른 챗GPT 프롬프트… '내심'을 비추는 거울
웹 브라우저 검색과 AI 대화 내역의 결정적 차이는 피의자의 '내심(내면의 의사)'이 얼마나 적나라하게 반영되는지에 있다. 일반적인 검색은 단순한 단어 조합에 그치지만, 챗GPT를 활용할 때는 문장 형태의 프롬프트(명령어)를 입력하게 된다.
대화형 구조 속에서 피의자는 구체적인 목적과 진심을 담아 질문을 던지게 되며, 이는 곧 범죄의 고의나 동기를 입증하는 강력한 정황 증거로 작용한다. 강북구 사건의 예처럼 구체적인 살해 방법이나 결과를 AI에게 물어본 기록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선 범행의 계획성을 추론하게 만든다.
챗GPT 대화 내역,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될 수 있을까?
법률적으로 챗GPT 대화 내역은 '전자정보'의 일종이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수집된 경우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은 대화 내용을 기록한 전자매체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 원본이거나 인위적 개작 없는 사본임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본다(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4도10978 판결). 따라서 챗GPT 서버에 저장된 원본 대화 내역과 제출된 증거의 해쉬(Hash)값이 동일한지 등 무결성 확인이 필수적이다.
주의할 점은 대화의 주체다. AI의 응답 자체는 피의자의 진술이 아니지만, 피의자가 직접 입력한 '프롬프트'는 자백이나 자인으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형사소송법 제310조에 따라 피고인의 자백이 유일한 증거일 때는 유죄로 처벌할 수 없으므로, AI 대화 내역 외에도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보강증거가 반드시 필요하다.
"무분별한 수집은 위법"… 압수수색의 한계와 통신비밀보호법 쟁점
AI 대화 내역의 증거 활용이 늘어나면서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사생활 침해다. 챗GPT에는 범죄와 무관한 개인의 내밀한 정보가 광범위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시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을 선별"해야 하며, 무관한 내용까지 모두 압수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명확히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22. 5. 31. 선고 2016모587 결정).
수사기관이 이전부터 범죄를 모의했는지 보겠다며 당사자의 AI 대화 기록 전체를 뒤지는 것은 위법한 압수수색으로, 이렇게 수집된 증거는 법정에서 배척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AI와의 대화를 들여다보는 것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이 보호하는 '타인 간의 대화'를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주고받는 의사소통으로 한정하고 있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도19843 판결). 피의자가 사람이 아닌 AI 프로그램과 주고받은 대화는 법리적으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않아 통신비밀보호법의 보호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달라진 수사 패러다임, 정교한 법률적 방어선 구축이 필수
생성형 AI의 발전은 수사기관에 범죄 입증의 새로운 무기를 쥐여주었지만, 동시에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던졌다.
수사기관은 적법한 영장에 기하여 범죄 혐의와 관련된 대화만을 엄격히 선별하여 수집해야 할 의무가 있다.
변호인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졌다. 사건 초기 단계부터 의뢰인이 AI와 나눈 대화 내역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당 대화가 실제 범행 계획이 아닌 단순 호기심이나 학술적, 창작적 목적에서 비롯되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맥락을 찾아내는 것이 방어의 핵심이 되었다.
압수수색 절차의 적법성을 따지고,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서 참여권을 보장받아 위법수집증거를 걸러내는 정교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