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통과됐으니 1억 내놔" 성폭행도 모자라 돈까지 뜯어낸 교수, 탐욕이 낳은 비극
"논문 통과됐으니 1억 내놔" 성폭행도 모자라 돈까지 뜯어낸 교수, 탐욕이 낳은 비극
항소심 "죄질 매우 무겁다" 징역 5년

박사 논문 지도를 빌미로 대학원생을 14차례 성폭행하고 돈까지 요구한 교수가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박사 학위 논문 지도를 명목으로 제자를 14차례 성폭행하고 돈까지 요구한 교수가 항소심에서 징역 5년으로 형량이 가중됐다. 지도교수라는 절대적 지위를 악용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법원이 엄중한 잣대를 들이댄 결과다.
최근 뮤지컬 배우 남경주에 대한 성폭행 의혹이 제기되며 '위력에 의한 간음'이 법조계 화두로 떠올랐다.
경찰은 남 씨를 불구속 송치했는데, 안수진 변호사(로엘 법무법인)는 13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해 "1차적으로 피해자 진술이나 재판 정황을 살펴서 혐의를 어느 정도 입증할 수 있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안 변호사는 만약 재판으로 갈 경우 "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는지 여부, 그리고 그것과 간음 행위 간의 인과관계 등이 가장 주된 쟁점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해자가 날 강간했다" 돌변한 지도교수… 항소심서 형량 가중된 이유
실제로 학계 등 철저한 상하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위력의 실체는 잔혹하다. 최근 항소심에서 원심(징역 3년 6개월)보다 무거운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교수 A씨의 사건이 대표적이다.
A씨는 박사 학위 논문 지도를 받던 대학원생 피해자를 불러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총 14차례에 걸쳐 성폭행했다.
안 변호사는 "A씨는 피해자에게 논문이 최종 통과되면 지도교수에게 사례하는 관행이 있다며 1억 원을 요구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교수로서의 미래는 나에게 달려 있다'라며 수차례에 걸쳐 돈을 빌려달라고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피해자가 이를 거절하자 A씨는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거나 불법 촬영물로 협박까지 일삼았다.
재판 과정에서 A씨의 태도는 더욱 공분을 샀다. 수사 초기 "3~4회 성관계를 했다"고 진술했다가, 돌연 검찰 단계에서 "피해자가 나를 강간했다. 서로 마음이 맞아서 성관계한 사실도 없다"고 말을 바꿨다.
안 변호사는 "지도교수라 피해자보다 우위를 점한다는 사실을 흐리기 위해 오히려 피해자가 본인을 강간했다는 주장에 이른 것은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결국 이러한 진술 번복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인상을 주어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을 파기하고 형량을 징역 5년으로 올렸다. 14회에 걸친 피감독자간음과 녹음 파일 유포 협박 등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판단했다.
특히 안타깝게도 피해자가 항소심 과정에서 사망했는데, 재판부는 "범행 이후 여러 가지 일들이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형량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로 고려했다.

"넌 내 노예" 소변까지 먹인 교수
이러한 지도교수와 제자 간의 불균형이 낳은 비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발생한 교수 B씨의 가학적 성범죄 사건 역시 큰 파장을 남겼다.
B씨는 자신의 학계 영향력을 과시하며 전공까지 바꾸며 대학원에 진학한 피해자를 일종의 멘토로서 옭아맸다. 2017년 1월 술자리 성추행을 시작으로, 다음 날 개인 서재로 피해자를 불러내 성폭행에 나아갔다.
안 변호사는 "B씨는 피해자에게 '너는 내 노예가 되는 거다' 등의 폭언을 퍼부으며 간음을 한다거나 화장실로 끌고 가 본인의 소변을 먹이고 피해자의 인격을 짓밟는 가학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 역시 위력의 인정 여부였다. 1심은 B씨가 대학원 진학에 직접적 영향력이 없고 피해자 스스로의 판단이나 착각일 수 있다며 피감독자간음 혐의 5회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교수로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피해자에 대해 사실상 보호·감독하는 역할을 했고, 학계 인맥과 영향력을 이용해 피해자의 진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며 법률상 '위력'을 폭넓게 인정했다.
안 변호사는 "항소심은 성폭력 사건을 심리함에 있어 '성인지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법리를 언급하며 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피감독자간음을 유죄로 인정하였다"고 짚었다.
결국 항소심은 징역 4년을 선고했고, 이는 2024년 9월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