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갚은 빚, 이주 막는 '유령 가압류'
10년 전 갚은 빚, 이주 막는 '유령 가압류'
카드사·대부업체 "네 탓" 핑퐁…전문가들 "소송보다 금감원 민원이 답"

10년 전 갚은 빚의 가압류가 아직도 남아 있어 대출이 막힌 시민이 카드사와 대부업체의 책임 전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이주비 대출을 코앞에 두고 20년 전 가압류를 발견한 시민. 10년 전 빚은 모두 갚았지만, 카드사와 대부업체는 서류를 떠넘기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분통 터지는 상황에 손해배상을 묻자, 법률 전문가들은 "입증이 어렵다"며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빚 다 갚았는데"…20년 묵은 가압류에 발목 잡힌 이주 계획
새 보금자리로의 이주를 준비하던 A씨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과 마주했다. 이주비 대출 서류를 준비하다가 등기부등본에서 20년 전 카드사가 설정한 가압류를 발견한 것이다. A씨는 이미 10년 전에 해당 채무를 모두 변제했고, 이를 증명할 '채무완납증명서'까지 가지고 있었다.
하루가 급했던 A씨는 즉시 법원에 '가압류취소소송'을 냈지만,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카드사에 연락하자 "채권이 대부업체로 넘어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하지만 대부업체는 "카드사가 주주총회 등 내부 사정을 핑계로 서류를 넘겨주지 않는다"며 맞섰다.
양측의 '핑퐁 게임'에서 A씨의 이주 계획은 기약 없이 표류하게 됐다. 그는 "내부사정을 핑계로 일을 미루는 대기업 카드사에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손해배상, 가능하지만 '산 넘어 산'…변호사들이 말하는 현실
법률 전문가들은 카드사의 부당한 업무 지연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법적 근거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우선의 이민철 변호사는 "가압류 해지 지연으로 인해 대출을 받지 못하여 발생하는 손해는 법리적으로 특별손해로 분류되어, 카드사 측에서 그러한 다급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A씨가 자신의 절박한 사정을 카드사가 인지했다는 사실을 직접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 역시 "단순히 채권자 측이 내부 절차 또는 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협조하지 않는 것만으로 곧바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라고 짚었다.
소송에 수개월 이상이 걸리는 시간 문제와 까다로운 입증 책임을 고려할 때, 당장의 이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실익이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소송보다 빠른 '실질적 압박'…금감원 민원·법원 절차 촉구
전문가들은 긴 싸움이 될 손해배상 소송 대신, 즉각적인 압박 카드를 꺼내라고 조언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금융감독원 민원 제기다.
법무법인 심의 심준섭 변호사는 "금융기관은 감독기관 민원에 매우 민감하므로, 신속한 태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라며 금감원 민원을 최우선 전략으로 제시했다.
법무법인 도모의 김상훈 변호사 역시 "금감원 민원을 병행하여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이 실무적 해결책입니다"라고 동의했다.
이와 함께, 이미 진행 중인 법원 절차의 속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이주 일정 등 급박한 상황을 법원에 상세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법무법인(유한) 바른길 안준표 변호사는 "재판부에 신속 처리 필요 사정을 의견서로 내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채무 완납 증거가 명확하다면, 카드사의 협조가 없더라도 법원의 결정만으로 가압류 등기를 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