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당장 나가!" 집주인 으름장, 법은 세입자 편이었다
"내일 당장 나가!" 집주인 으름장, 법은 세입자 편이었다
전세금 12.5% 인상 요구 거절하자 "방 빼라"…변호사들 "이미 자동 연장된 계약"

전세 계약 만료 후 집주인의 법적 상한선 초과 보증금 인상 요구와 퇴거 통보는 '묵시적 갱신' 상태라 법적 효력이 없다. / AI 생성 이미지
전세 계약 만료 후 새 집주인이 법적 상한선을 훌쩍 넘는 12.5%의 전세금 인상을 요구하며, 이를 거부하자 "내일 당장 집을 비우라"고 으름장을 놨다. 벼랑 끝에 몰린 세입자.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이미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된 '묵시적 갱신' 상태라며, 집주인의 퇴거 요구는 법적 효력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세입자가 원할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히든카드'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4500만원 안 주면, 내일 나가"…집주인의 일방통행
지방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A씨는 최근 바뀐 집주인 B씨와 재계약 논의를 하다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다. 계약 만료일이 한 달 지난 시점, B씨는 기존 전세금 4000만 원에 매달 7만 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A씨가 이를 거절하고 법적 상한선(5%)에 맞춰 4200만 원을 역제안했지만, B씨는 이마저 거부했다. B씨는 보증금 1200만원에 월세 35만원 안을 내놨지만 월세를 원치 않던 A씨가 거절하자, B씨는 돌연 "전세금 4500만원에 2년 계약 안 할 거면 내일 당장 집에서 나가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A씨는 "너무 부당한 요구"라며 법적 대응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법의 방패 '묵시적 갱신'…"퇴거 요구, 효력 없다"
법률 전문가들은 B씨의 퇴거 요구가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핵심 근거는 '묵시적 갱신'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집주인이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 통지를 하지 않으면, 기존과 동일한 조건으로 2년간 자동 연장된다.
장휘일 변호사(더신사 법무법인)는 "묵시적 갱신이 되면 기존 조건 그대로 2년이 연장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지금 당장 나가야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즉, A씨의 계약은 이미 '전세금 4000만 원, 2년'으로 자동 연장된 상태다. 따라서 B씨가 요구한 4500만 원은 법적 상한선 5%를 초과한 위법한 요구이며, 퇴거 통보 역시 법적 근거가 없는 셈이다.
세입자의 반격 카드, 원할 때 나가는 '3개월 해지 통지권'
오히려 법은 세입자에게 유리한 '반격 카드'를 쥐어 주고 있었다. 곧 이사를 계획 중인 A씨의 상황에 딱 맞는 제도다.
신은정 변호사(로버스 법률사무소)는 "묵시적 갱신 상태에서는 세입자가 원할 때 언제든 해지를 통보할 수 있고, 3개월 후 효력이 발생해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2년 계약에 묶일 필요 없이, 새 집이 정해지면 B씨에게 계약 해지를 알리고 3개월 뒤 보증금을 받아 떠날 수 있다는 의미다.
최진혁 변호사 역시 "이사가 확정된 경우 3개월 전에 해지 통지를 하시면 될 것"이라며 같은 의견을 보였다. 집주인의 부당한 요구에 끌려다닐 필요 없이 자신의 계획에 맞춰 주도적으로 계약을 끝낼 수 있다.
"폭언 없었다면 형사처벌 어려워…내용증명으로 대응해야"
그렇다면 집주인의 으름장은 형사 처벌이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쉽지 않다고 봤다.
신은정 변호사는 "폭력이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 없이 단순히 법적 근거 없는 주장을 하며 억지를 부린 것만으로는 형사상 협박이나 공갈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감정적 대응보다는 차분하게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 현명하다는 조언이 뒤따랐다. 전종득 변호사(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는 "문자·통화 녹음 등 증거를 확보하시고, 내용증명으로 '계약은 법정 갱신으로 종전 조건대로 존속, 5% 초과 증액·월세 전환은 거절' 입장을 통지해 두시는 방법이 실무상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부당한 요구에 흔들리지 말고, 법이 보장한 권리를 바탕으로 명확히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최선의 대응책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