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부도내고, 빚더미에 앉아서도 바람피운 남편⋯그래도 재산 나눠줘야 하나요?
회사 부도내고, 빚더미에 앉아서도 바람피운 남편⋯그래도 재산 나눠줘야 하나요?
괘씸한 남편, 무일푼으로 내보내고 싶은데⋯
변호사들 "안타깝지만 그럴 수는 없다"

부도로 빚더미에 앉아서도 바람피운 남편이 너무 괘씸해 무일푼으로 쫓아내고 싶다. 안타깝지만 방법이 없다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최선을 다해 살아온 10년이었다. 맞벌이하면서 아들 둘을 낳아 키웠다. 숨돌릴 틈조차 없이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남편을 보면 지난 세월에 대한 허탈감과 배신감만 든다.
처음엔 사업이 안 돼 고생하는 남편이 안쓰러웠다. 그런데 부도가 나고 보니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재산을 정리한 정황이 확인됐다. 보험과 연금은 다 해약한 상태였고, '빚 7억'이 있다고 통보해왔다. 그래도 아이들의 아빠였고 하나뿐인 남편이었기에 끝까지 함께하려고 했다.
그러나 남편에겐 '다른 여자'가 있었다. 부하 여직원이 그 상대였다.
큰 배신감을 느낀 A씨는 이혼을 결심했다. 이혼하면서 그나마 있는 재산을 남편에게 한 푼도 주고 싶지 않다. A씨는 지금이라도 모든 재산을 자기 명의로 돌려놓으면, 남편에게 나눠주지 않고 이혼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
A씨의 사정은 안타깝지만 재산을 아예 안 줄 수 없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변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누구의 잘못으로 이혼을 하게 됐건, 재산이 부부 중 누구의 명의로 돼 있건, 이혼할 때는 재산을 나눠 가져야 한다.
나누는 비율을 최대한 유리하게 끌어내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법률사무소 의담의 박상우 변호사는 "재산 명의를 A씨 쪽으로 돌려놓는다고 해도 재산분할이 일부는 이루어질 것"이라며 "재산형성 과정에서 남편보다 A씨의 기여도가 월등히 컸다는 사실을 입증해 재산분할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변론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산성의 박현우 변호사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재산의 소유자 명의를 A씨로 바꾼다 해도 재산분할을 피할 수는 없다"며 "나눌 재산이 있고, 소유 명의자가 A씨라면 남편이 재산분할을 청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결국 (재산 형성) 기여도에 달린 문제"라고 했다. "이 사안의 경우 남편의 기여가 거의 없거나 미미한 것으로 보이는데, 합의가 안 되면 소송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황미옥 법률사무소의 황미옥 변호사는 "재산을 한 사람 명의로 돌려놓는다고 해서 전 재산을 독차지할 수 없다"며 "상대방이 보험 연금 해약환급금을 다 찾아 쓴 사정, A씨가 맞벌이로 오랜 기간 같이 생업에 종사한 사정을 설명함으로써 기여도 산정 비율을 높이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청주로의 조성훈 변호사는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재산분할은 적극재산(積極財産⋅부동산 등 금전적 가치가 있는 재산)과 부채를 모두 합하여 분할하게 되는데, 사업 부도로 인한 채무가 7억 원이라면 자칫 재산분할 때 부채를 떠안을 수도 있으니 유념하라"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이혼을 앞두고 남편 소유의 재산을 A씨의 명의로 돌리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칫 사해행위(詐害行爲⋅고의로 재산을 줄여 빚을 갚지 않는 행위)로 인정돼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게다가 우리 형법(327조)은 갚아야 할 돈을 갚지 않을 목적으로 돈을 빼돌리는 행위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다. 처벌 받을 가능성까지 있는 일이다.
서울종합 법무법인의 박준성 변호사는 “이혼소송 직전이나 도중에 재산의 명의를 돌리면 사해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며 “실익은 없이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권민경 법률사무소의 권민경 변호사도 “현재 재산이 남편 명의로 되어있고, 남편 명의로 채무가 있다면 함부로 부인 명의로 이전을 하는 것은 추후 사해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들은 이혼소송 때 재산분할과 함께 양육비청구와 위자료 청구 등에 대해서도 신경 쓰라고 조언했다.
박현우 변호사는 “이혼소송 때 A씨에게 양육 의지가 있다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자녀들의 양육자로 지정될 것이므로 양육비청구도 가능하다”고 했다.
황미옥 변호사는 “재산분할과 위자료는 별도 산정한다”며 “위자료 청구는 증거 확보가 중요하므로, 남편의 외도에 관해 증거를 확보하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명재의 최한겨레 변호사도 의견을 같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