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한 명은 유죄, 다른 한 명은 무죄⋯무슨 차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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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한 명은 유죄, 다른 한 명은 무죄⋯무슨 차이 있었나

2019. 11. 01 12:20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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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판단이 달랐던 이유는 '이것'의 깊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한 두 사람에 대한 재판 결과가 한 명은 유죄, 한 명은 무죄로 판결이 났다. 이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게티이미지코리아

현역 입영 통지서를 받고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내세워 입영하지 않은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에게는 무죄가, 다른 한 명에게는 실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2단독 이지민 부장판사는 '평화주의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내세운 A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창원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구민경 부장판사)는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형을 받은 B씨의 파기환송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결론은 1심(창원지법), 2심(창원지법 항소부), 3심(대법원)을 거쳐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확정됐다.


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병역을 거부한 이들의 운명을 결정했을까.


'평화주의 신념' 주장,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 3가지

A씨는 2018년 12월 강원도 양구군에 있는 21사단에 입영하라는 대구⋅경북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평화주의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① A씨가 그동안 '재학생 및 자기계발'을 사유로 병역 연기원을 내왔을 뿐 양심적 병역거부를 언급한 적이 없고, ② 부모와 상의 끝에 '입영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으며 ③ 병역거부 이전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예측할 만한 관련 활동을 한 적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실들로 미루어 볼 때, A씨가 도덕적·윤리적 양심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총을 이용하고, 군사훈련을 포함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거나, 병역의무 이행이 A씨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킬 정도로 그의 신념이 깊고, 확고하고, 진실한 것으로 인정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종교적 양심' 주장, 유죄 → 무죄⋯뒤집힌 이유 3가지

현역 입영대상자인 B씨는 2014년 11월 충남 논산시에 있는 육군훈련소에 입영하라는 광주·전남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통지서를 받고도,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이를 따르지 않아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인 병역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박남규 디자이너


1심은 B씨가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이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현역 입영 거부 행위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B씨는 이러한 재판 결과에 불복했다. 그는 항소와 상고를 이어가며 4년간 4번의 재판을 받으면서 일관되게 자신의 병역거부가 종교적 신념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판결에서 "① B씨가 현재 C종교단체에 소속돼 적극적인 신앙생활을 하고 있고, ②입영 통지를 받은 후 병무청에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했으며 ③입영을 거부할 당시 다른 신도들이 병역법 위반으로 유죄판결 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 등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정한 양심적 거부라면 병역법에 명시된 '정당한 사유'가 된다"며 "여기서 말하는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념이 깊다는 것은 그것이 그 사람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아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며, 신념이 확고하다는 것은 그것이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지 않다는 뜻이고, 신념이 진실하다는 것은 거짓이 없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를 기준으로 해 판단할 때 B씨의 병역거부는 신앙 또는 내적 가치관·윤리적 판단에 근거해 형성된 진지한 양심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B씨의 주장을 인정했다.


B씨는 군과 무관한 기관이 주관하는 민간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되면 이를 이행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한 명은 유죄, 다른 한 명은 무죄로 판단한 결정적 차이. /박남규 디자이너


대법원이 본 '양심적 병역 거부'의 판단 기준

이번 판결을 관통하는 법리는 지난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린 '병역법 위반' 판결 중 양식적 병역 거부와 관련된 부분이 제공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렇게 판시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양심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고, 병역의무의 이행이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결국 양심을 포기할 수밖에 없고,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킬 수도 없기 때문에 불이행에 다른 어떠한 제재라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구체적인 병역법 위반사건에서 피고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경우, 인간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음으로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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