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의체 심사 없는 점 노렸다"... 23억 삼킨 '가짜 노무사'와 내부 공모자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의사협의체 심사 없는 점 노렸다"... 23억 삼킨 '가짜 노무사'와 내부 공모자들

2025. 12. 01 11:59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수협·병원 직원, 개인정보 넘기고 브로커는 '서류 위조' 화답

산재보험과 달리 '구멍 뚫린' 선원 보험 시스템 악용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선원들의 안전망인 '선원 재해보험'의 구조적 허점을 노려 23억 원대 보험금을 가로챈 일당이 적발됐다. 특히 보험금을 심사하고 관리해야 할 수협 직원과 의료기관 종사자가 브로커와 결탁해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서류를 위조한 조직적 범죄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해양경찰청은 1일, 2019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장해진단서를 위조해 23억 원의 보험금을 편취한 혐의(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등)로 브로커 A씨를 구속 송치하고, 범행에 가담한 병원 원무과 직원, 수협 직원, 공인노무사, 선원 등 10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유출부터 서류 위조까지... 조직적 '보험 사기 카르텔'

이번 사건은 단순한 보험 사기가 아닌, 내부 정보와 전문직의 조력이 결합된 조직적 범죄였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범행의 중심에 있는 브로커 A씨는 일명 '가짜 노무사'로 활동하며 재해를 입은 선원들에게 접근했다.


A씨가 선원들의 연락처와 사고 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내부 조력자들 덕분이었다. 평소 A씨와 친분이 있던 수협 직원들과 병원 관계자들이 재해 선원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A씨에게 불법적으로 넘겼다. 정보를 입수한 A씨는 심신이 미약해진 선원들에게 "노무사보다 내가 더 많은 보험금을 받아주겠다"고 속여 수임 계약을 맺었다.


이후 범행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A씨는 포섭된 병원 원무과 직원들과 공모하여 정상적인 진료 기록 없이 허위 장해진단서를 발급받거나, 장해 등급을 부풀린 위조 진단서 39건을 만들어냈다. 이 위조된 서류들은 수협에 제출되었고, 총 23억 원의 보험금이 부당하게 지급됐다.


일반 산재와 다른 '선원 보험'... 의사협의체 부재가 부른 참사

이들이 5년 동안이나 범행을 지속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선원 재해보험' 제도의 치명적인 허점이 있었다.


일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보상보험은 장해 등급 판정 시 '의사협의체'의 엄격한 심사와 교차 검증을 거친다. 따라서 외부 브로커가 개입하거나 서류를 위조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반면,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선원 재해보험은 의사협의체 심사 절차가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 A씨 일당은 서류상의 형식만 갖추면 실질적인 의료 심사 없이도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이 '사각지대'를 정확히 파악하고 악용했다. 이는 제도의 구조적 결함이 범죄를 키웠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현재 수협중앙회는 부정 수급 사실을 확인하고 브로커 A씨와 보험금을 수령한 선원들을 대상으로 민사상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진행 중이다.


"단순 사기 아니다"... 주범에겐 징역 7년 안팎 중형 예상

법조계는 이번 사건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죄라는 점에서 주범과 가담자들에게 무거운 형량이 선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주범 A씨에게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다. 이 법 제11조는 보험사기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경우 가중처벌하여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 일당의 편취액은 23억 원에 달한다.


유사 판례를 살펴보면 처벌 수위를 가늠할 수 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2023고합32)은 허위 진단서로 약 4억 5천만 원을 편취한 병원 관계자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바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은 편취액이 해당 판례의 5배가 넘는 23억 원이고, A씨가 범행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징역 5년에서 최대 7년 수준의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범행에 가담한 병원 및 수협 직원들에 대한 처벌도 가볍지 않을 전망이다. 이들은 단순 방조를 넘어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위조를 실행하는 등 범행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대법원 판례(2021도16787)에 따르면, 조직적 범죄에서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될 경우 '공동정범'으로 처벌받게 된다. 따라서 이들 역시 징역형의 집행유예 또는 실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경청 관계자는 "보험금을 더 받게 해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가 허위 청구에 가담할 경우, 받은 보험금을 전액 반환해야 하는 것은 물론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며 "선원 재해보험에도 의사협의체 심사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