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같이 살 때는 "우린 가족 아이가", 땅 명의 등록 할 땐 "누구세요?"
땅 같이 살 때는 "우린 가족 아이가", 땅 명의 등록 할 땐 "누구세요?"
20년 전 친척과 함께 돈 모아 땅 샀는데, 명의 등록 해준다더니 '감감무소식'
계약서와 녹취 있는데, 법적으로 해결 할 수 있을까?

20년 전 친척과 공동구매한 땅. 명의를 등록해 주지 않아 친척이 독차지했는데 돌려받을 수 있을까? /게티이미지코리아
20여 년 전 어느 날. 가깝게 지내던 친척이 은밀하게 투자를 제안해왔다.
"혹시 부동산 투자해볼 생각 없어?"
자신이 봐둔 좋은 땅이 있으니, 돈을 합해 같이 사자는 것이었다. 길도 안 난 맹지(盲地·도로와 멀리 떨어져 있는 토지)지만, 머지않아 근처에 커다란 공장이 들어설 것이라며 부추겼다.
A씨는 고민하다, 친척의 말을 믿고 적지 않은 돈을 내주었다. 투자한 금액만큼의 땅을 A씨의 명의로 등록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돈을 받은 친척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명의 등록을 미뤘고,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기대했던 개발도 진행되지 않았다.
애당초 친척 말만 믿고 돈을 내줬던 게 잘못이었다고 자책하던 A씨. 그는 이제 친척의 의도도 의심스럽다. 처음부터 돈만 가져가고 땅은 나눠주지 않을 속셈이었다는 생각까지 든다.
20년이나 기다렸으니, 법으로 해결해야 겠다고 결심한 A씨. 땅을 살 때 친척과 한 약속에 대한 녹취와 계약서를 근거로 소송할 계획이다. 그런데 사기 횡령죄로 고소해야 할지, 아니면 민사소송을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각기 다른 해결책을 제시했다. 어떤 변호사는 사기죄로, 다른 변호사는 횡령죄로, 또 다른 변호사는 아예 민사 소송을 제안하기도 했다.
변호사 박태언 법률사무소의 박태언 변호사는 “‘형법 제347조에서 말하는 '재산상 이익 취득'은 그 재산상의 이익을 법률상으로 유효하게 취득하지 않았더라도, 외형상으로 취득한 것이면 족하다’는 1975년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따라서 이 사안은 재산상 이익을 편취(騙取·남을 속여 재물이나 이익 따위를 빼앗음)한 사기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종합법무법인의 서명기 변호사는 “공소시효 만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사건 경위에 따라 횡령죄의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며 “변호사의 도움을 얻어 이 부분에 대한 사실확인을 한 뒤 민·형사 소송을 진행토록 하라”고 권유했다.
이와 달리 법무법인 효현의 박수진 변호사는 “사기·횡령죄가 인정된다고 하여도 20년 전의 일이라 공소시효가 만료되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너무 오랫동안 내버려 두었기 때문에 형사사건으로 문제 삼기 어려우므로, 민사상으로 방법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태연법률사무소 김태연 변호사는 “형사 절차 말고 민사절차로 진행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다”며 박 변호사와 의견을 같이했다.
법무법인 가족의 고영남 변호사도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적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민사적으로는 명의신탁 해지를 이유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물론 부당이득 반환청구권 등의 소멸시효 완성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녹취가 있는 것에 비춰볼 때 상대방이 채무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소멸시효는 중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청주로의 조성훈 변호사는 “형사로는 해결할 수 없고, 민사로도 해결 가능성이 작다”고 못 박았다. 그는 대신 법원의 민사조정제도 활용해 볼 것을 제안했다.
조 변호사는 “당사자들이 친인척 관계이고, 실제로 돈을 지불했으며, 계약서와 녹취가 있으니, 민사조정제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해 보라”고 말한다.
민사조정이란 분쟁당사자가 법원 조정기관의 도움 아래 대화와 협상을 해, 자율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도록 하는 제도다. 소송하는 것보다 신속하고, 비용이 덜 드는 이점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