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신고했더니 첫차 타도 지각하는 곳으로 발령…첫 징역형 확정
'직장 내 괴롭힘' 신고했더니 첫차 타도 지각하는 곳으로 발령…첫 징역형 확정
부당 전보시킨 사업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첫 징역형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민변 "예방·조치 의무에 대한 인식 확립하는 계기 돼야"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를 주거지와 먼 곳으로 부당하게 전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업주가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3년 만에 사업주에 대한 첫 징역형 확정이다. /셔터스톡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3년 만에 처음으로 사업주에 대한 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업주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판결을 확정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A씨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에게 부당 전보 명령 등 불리한 처우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지난 2019년 7월, 충북 청주에 위치한 구내식당 위탁 운영업체 대표인 A씨는 60대 근로자 B씨로부터 "상사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신고를 받았다. 상사로부터 신고식 명목으로 회식비를 강요당하고, 수당을 적게 받도록 업무시간을 조정당한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B씨는 상사로부터 욕설과 폭언도 상습적으로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신고를 접수한 A씨는 한 달 뒤 인사위원회를 열어 되레 B씨를 다른 구내식당에서 근무하도록 전보 명령을 내렸다. 해당 근무지는 B씨가 집에서 첫차를 타더라도 출근 시간을 맞출 수 없어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곳이었다.
결국 A씨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B씨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을 시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이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피해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선 안 된다(제76조의3 제6항). 이를 위반한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109조).
재판 과정에서 A씨는 "B씨가 전보 받은 곳은 노동강도나 시설이 이전보다 낫고, 기숙사도 제공돼 불리한 조치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신고자인 B씨의 의사에 반해 전보한 점 등을 고려해 불리한 처우를 한 것이 맞다고 판단, 검찰이 앞서 구형한 벌금형보다 무거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2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함께 내렸다.
그러면서 "근로자에 대한 배려를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며 "A씨의 법정 태도와 진술에 비춰보면 매우 낮은 수준으로 근로자를 대상화하고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과 대법원 역시 이를 모두 기각하며 징역형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논평을 내고 "법원은 사업주의 전보 명령이 피해근로자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우임을 확인했다"며 "이번 판결이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고 사업주의 예방·조치 의무에 대한 인식을 확립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결국 회사를 그만둬야 했던 B씨는 현재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