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해결해 줄게" 일진 등에 업고 여중생 11명 성폭행한 40대 '가짜 삼촌'
"학폭 해결해 줄게" 일진 등에 업고 여중생 11명 성폭행한 40대 '가짜 삼촌'
SNS로 만난 일진 학생에게 돈·담배 주며 환심
괴롭힘당하는 학생들 노려 60여 회 성착취
2심서 징역 20년 철퇴

학교폭력 피해 여중생들에게 "학폭을 막아줄 수 있다"며 접근해 성폭행한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학폭을 막아주겠다"며 여중생 11명을 성폭행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사건의 시작은 2018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0대 중반의 건설 하청업체 직원이었던 남성 A씨는 SNS 메신저를 통해 우연히 여중생 B양을 알게 됐다.
A씨는 "맛있는 밥을 사주겠다", "용돈을 주겠다"며 환심을 샀고, 아이들에게 담배를 사주며 자신의 영향력을 키웠다.
누구든지 청소년에게 유해한 술이나 담배를 제공하면 청소년 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그러나 A씨는 이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소위 일진으로 통하던 B양 무리에게 돈을 쓰며 뒤를 봐주자, 학생들 사이에서 A씨는 건드리면 큰일 나는 무서운 삼촌으로 통하기 시작했다.
'일진' 권력 악용해 피해 학생에게 뻗은 마수
A씨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B양 무리가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모습을 지켜보던 A씨는 그 피해 학생들을 범행 타깃으로 삼았다.
A씨는 학교폭력으로 고통받는 여중생들에게 은밀히 접근했다. 그러고는 "내가 B양과 아주 친한 사이다. 너희가 괴롭힘 당하는 거, 내가 말하면 다 막아줄 수 있다"며 구세주 행세를 했다.
도움을 빙자한 명백한 성착취였다. A씨는 학폭을 막아주는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했다. 2020년 2월, B양의 심부름을 하며 따돌림을 당하던 13살 C양에게도 A씨는 "나만이 이걸 막아줄 수 있다"며 성관계를 강요했다.
아이들이 거부하자 A씨는 본색을 드러냈다. 로엘 법무법인의 박세홍 변호사는 26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B양을 시켜서 더 심하게 괴롭히겠다", "나는 사채업도 하고 있다", "너희 부모님까지 다 매장시킬 수 있다"며 A씨가 공포심을 조장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10대 여학생 두 명을 모텔로 데려가 "너희가 문란하다는 소문이 있다"고 몰아세운 뒤, "아니라는 걸 증명해라"라며 셋이서 함께 성관계를 강요하는 참혹한 범행까지 저질렀다.
이런 수법으로 A씨는 2019년 9월부터 7개월간 13~15세 여중생 11명을 상대로 강간 4회, 위력에 의한 간음 52회 등 총 60여 차례에 걸쳐 성범죄를 저질렀다. 도망친 학생은 B양을 시켜 다시 잡아 오게 하는 집요함도 보였다.
불법 촬영하며 "웃어라" 지시… 법원 "오히려 강압적 상황 입증하는 증거"
법적으로 이는 명백한 위력에 의한 간음에 해당한다. 가해자가 40대 성인이고 일진의 뒷배를 자처한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요구를 거절할 경우 학교생활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극심한 공포를 느꼈을 것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더욱 악질적인 것은 A씨가 범행 장면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했다는 점이다. 신고를 막기 위한 이른바 '입막음용' 담보였다.
A씨는 촬영 도중 아이들에게 교묘한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박세홍 변호사는 "A씨는 촬영 도중에 아이들에게 '강제로 하는 게 아니라고 말해라', '웃어라' 이렇게 시키면서 마치 합의하에 이루어진 것처럼 꾸미려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A씨의 계산과 달랐다. 재판부는 영상 속 아이들의 발언이 진정한 동의가 아니라고 봤다. 오히려 13살 아이가 40대 남성의 협박 속에서 시키는 대로 앵무새처럼 내뱉은 말일 뿐이며, 이는 범행을 은폐하려 한 가중 처벌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1심 15년에서 2심 20년으로… 이례적인 형량 증가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검찰은 "형이 가볍다"며 쌍방 항소했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단호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더 무거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신상정보 공개 10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10년도 명령했다.
박 변호사는 "법조계 시각에서 볼 때, 항소심에서 형량이 5년이나 늘어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고 강력한 처벌"이라며, "학교폭력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교묘하게 파고든 범죄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한편, A씨가 성폭행을 저지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관하고 오히려 친구들을 유인해 만남을 주선한 일진 B양 역시 법의 심판을 피하지 못했다. B양은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방조 혐의로 소년부에 송치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