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꼬박꼬박 냈는데…'공짜 도로' 된 내 땅, 보상받을 수 있나?
세금은 꼬박꼬박 냈는데…'공짜 도로' 된 내 땅, 보상받을 수 있나?
재개발서 '현황도로' 평가로 2.5억 손해, 조합 상대 소송 패소…지자체를 상대로 한 소송은 다를까?

수십 년간 통행로로 쓰인 사유지가 재개발 과정에서 '현황도로'로 평가돼 큰 손해를 본 토지 주인이 지자체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준비 중이다. / AI 생성 이미지
수십 년간 재산세를 꼬박꼬박 내 온 A씨의 땅 일부가 공용 통행로로 쓰이다가, 재개발 과정에서 '현황도로'로 평가돼 큰 손해를 입었다.
A씨는 재개발 조합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억울한 A씨는 이 땅을 도로로 사용해 온 지방자치단체(고양시)를 상대로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막막하다. 내 땅을 무단으로 쓴 지자체로부터 그동안의 사용료를 받아낼 수 없을까?
세금 낸 내 땅이 '현황도로'…2.5억 손해 봤지만 소송은 패소
고양시 재개발구역 내 토지 소유자인 A씨는 자신의 땅 일부(담장 밖)가 수십 년 동안 주민 통행로로 사용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동안 해당 토지에 대한 재산세는 A씨가 계속 납부했다.
문제는 재개발 과정에서 터졌다. 조합이 이 부분을 '현황도로'로 보고 종전자산평가액을 대지 가격의 3분의 1 수준인 약 1억 2000만 원으로 산정한 것이다. A씨는 대지로 평가받았다면 2억 5000만 원가량을 더 받을 수 있었다며 큰 손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A씨는 조합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도로 고착화', '장기간 도로 형태 유지', '원상회복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수십 년간 자기 땅을 공용 통행로로 사용한 고양시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등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조합 소송 패소'가 오히려 '시청 점유'의 증거가 될 수도
변호사들은 조합 상대 소송에서 패소했다고 해서 지자체를 상대로 한 소송까지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이전 소송의 패소 이유가 이번 소송에서는 유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이미 패소한 재개발 조합 대상 행정소송의 판결문은 이번 부당이득반환 소송에서 근거가 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법원이 '해당 토지가 오랜 기간 공용 도로로 고착화되었다'고 인정한 문구는 역설적으로 고양시가 사유지를 점유·사용해 왔음을 증명하는 핵심 증거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리그의 공선영 변호사 역시 "조합 상대 행정소송의 패소 판결은 종전자산평가의 위법성을 다툰 절차이고, 이번에 준비하는 청구는 지자체가 사유지를 점유·사용하여 얻은 이익의 반환을 구하는 것으로 소송물과 판단 기준이 전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핵심 쟁점: 시청이 도로를 '관리'했나, 소유자가 권리를 '포기'했나
결국 소송의 관건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고양시가 해당 토지를 도로로 포장하거나 배수시설을 설치하는 등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단순히 주민들이 통행한 사실만으로는 지자체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
법무법인 태림 수원분사무소 김정현 변호사는 "핵심은 시가 단순히 주민들이 다닌 길을 방치한 정도인지, 아니면 도로로 관리하거나 포장하거나 공공시설처럼 사용하게 한 사정이 있는지이다. 그 부분이 약하면 승소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둘째는 '토지 소유자가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다. 이는 지자체가 가장 강력하게 주장할 항변 사유다.
하지만 법무법인 현림 윤상현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은 이 법리를 신중하고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며, '포기했다'는 점은 주장하는 쪽인 고양시가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며 다퉈볼 실익이 있다고 조언했다. 수십 년간 재산세를 낸 사실은 권리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보상받더라도 '5년 치'…금액도 대지 아닌 도로 기준일 수도
다만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보상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지자체를 상대로 한 금전 채권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따라서 소송을 제기한 시점으로부터 역산해 최근 5년치의 사용료만 청구할 수 있다.
보상금 산정 기준도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법원은 지자체가 점유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사실상 도로로 쓰이고 있었다면, 부당이득액을 '도로인 현황'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이 경우 A씨가 기대하는 '대지' 기준이 아닌 '도로' 기준으로 임료가 계산돼, 보상액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윤상현 변호사는 "사용료도 대지가 아닌 도로 기준이라 기대보다 적을 수 있다"며 "판결문과 재산세 내역 등을 지참해 승산과 청구 범위를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