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빚 갚아" 소멸시효 지난 채권으로 지급명령 신청한 대부업체
"16년 전 빚 갚아" 소멸시효 지난 채권으로 지급명령 신청한 대부업체
채권자가 4번 바뀌는 동안 한 차례도 연락 없다가 갑작스럽게 "돈 갚아라"
변호사들의 의견은 "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완성돼 안 갚아도 될 것 같다"

"16년 전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으라"는 내용의 지급명령을 받은 A씨. 그동안 아무 말 없다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이자까지 청구한 것이 당혹스럽기만 하다. /셔터스톡
법원에서 날아온 서류를 본 A씨는 화들짝 놀랐다. 약 1000만원 가까이 되는 돈을 갚으라는 내용이었다.
자신은 빌린 적 없는 돈이었다. 우편물을 자세히 보니 받는 사람은 A씨의 엄마였다. 내용을 보니 16년 전 〇〇은행에서 빌려 쓴 돈을 갚으라는 것이었다. 원금은 160만원, 이자는 710만원, 그리고 지급명령 신청자(채권자)는 △△자산관리대부업체였다.
서류를 보니 지난 16년간 채권자가 4번이나 변경됐다. 하지만 그동안 빚을 갚으라는 연락 한 번 온 적 없었다. A씨 어머니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A씨는 그동안 아무 말 없다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이자까지 청구한 것이 당혹스럽기만 하다. 그런데 확정판결이 나면 딸인 A씨의 재산이 강제 집행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재산이 압류당한다는 생각을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돈을 갚을 수밖에 없는 걸까.
사연을 들은 변호사들은 우선 '채권소멸시효' 완성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16년 기간만을 놓고 본다면 채권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보이지만, 중간에 추심 업체의 소송 제기가 별도로 있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법률사무소 민(일산)의 정성열 변호사는 "최초 대출 이후 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느냐가 쟁점"이라며 "일단 지급명령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고, 민사소송으로 채무 존재 여부를 다투어야 한다"고 말했다.
HK법률사무소의 허윤기 변호사도 소멸시효가 쟁점이라고 했다. 허 변호사는 "지난 16년 사이 채권자로부터 특별한 법적 조치가 있었는지에 달렸다"며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상황이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갚을 의무가 없다"고 했다.
다만 김기윤 법률사무소의 김기윤 변호사는 "채권자(은행⋅대부업체 측)가 권리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소송 등으로 이를 연장할 수도 있다"고 했다.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소송을 걸면 그때를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처음부터 새로 세는데, 그런 과정에 중간에 있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변호사들은 A씨의 경우 채권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보였다. 채권추심업체가 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갖고 지급명령을 신청한 것 같다는 것이다.
김기윤 변호사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해봐야 하겠지만, 이번 채권자가 지급명령을 신청하기 전 채권의 소멸시효는 이미 완성된 것으로 보이고 채무자는 이의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런 판단의 근거로 '채권을 양수·양도할 경우 양수인이나 양도인은 채무자에게 채권양도통지서를 보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 역시 "추심업체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으로 소를 제기한 것 같다"며 의견을 같이했다.
그렇다면 A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법원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고 시효완성을 다투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중현의 지세훈 변호사도 "채권소멸시효가 지났다 해도 항변하지 않으면 채무가 인정될 수 있다"며 "일단 지급명령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하라"고 했다.
지급 명령을 받고 난 뒤 2주 안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법원은 이를 확정하기 때문이다.
우선 이의신청을 제기한 후 법적인 조언을 받아 적절한 답변서를 제출하라고 지 변호사는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