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안고 가다 '빵!'…넘어져 발가락 박살, 뺑소니 처벌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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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안고 가다 '빵!'…넘어져 발가락 박살, 뺑소니 처벌 못할까?

2026. 08. 25 09:13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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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서 택시 경적에 놀라 넘어진 아내

경찰 "CCTV 소리 없어 증명 불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최근 제주공항 앞에서 아기를 안고 길을 가던 A씨의 아내는 택시 경적 소리에 놀라 넘어졌다. 이 사고로 아내는 발가락이 부서지는 분쇄골절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아내가 눈앞에서 넘어졌는데도 택시 기사가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의 반응은 A씨를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CCTV에 소리가 녹음되지 않아 경적 때문에 넘어진 것인지 알 수 없고, 택시 블랙박스 영상은 확보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였다. 경찰은 형사 사건이 안 되니 민사 소송으로 해결하라는 입장이었다.


차와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경적 소리에 놀라 다친 경우, 운전자를 뺑소니(도주치상)로 처벌하는 것은 정말 불가능할까?


아기 안고 가다 '빵!'…넘어져도 가버린 택시, 경찰은 "증거 없다"

A씨에 따르면 사건은 최근 제주공항 앞 도로에서 발생했다. 신호등이 바뀌어 빠른 걸음으로 길을 가던 중, 근처에 있던 택시가 경적을 울렸다. 아기를 안고 있던 A씨 아내는 경적 소리에 놀라 넘어지며 발가락 분쇄골절로 4주 이상의 진단을 받았다.


A씨는 택시 기사가 사람이 넘어진 것을 보고도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고 주장하며 뺑소니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경찰은 CCTV 영상에 소리가 녹음되지 않아 경적 소리에 넘어진 것인지, 혼자 넘어진 것인지 분간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핵심 증거가 될 택시 블랙박스 영상에 대해서도 경찰은 "확보할 권한이 없고, 용량 때문에 어차피 지워졌을 것"이라며 택시 기사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A씨에게 돌아온 건 형사 사건이 아니니 민사로 해결하라는 안내였다.


변호사들 "접촉 없어도 교통사고…경찰 판단 성급하다"

변호사들은 경찰의 초기 판단이 성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차량과 직접 부딪히지 않은 '비접촉 사고'라도 운전자의 행위와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교통사고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 교통조사팀장 출신인 법무법인 베테랑 박건일 변호사는 "택시기사가 클랙슨으로 놀라게 하여 상해를 야기하고도 목격한 채 아무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것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에 해당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형사 안 되니 민사로 가라'는 판단은 성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유수 유수빈 변호사도 "비접촉 사고라도 택시의 경적·진행 때문에 보행자가 놀라 넘어져 다쳤다면 교통사고가 될 수 있다"며 "운전자가 이를 인식하고도 필요한 조치 없이 떠났다면 사고 후 미조치나 도주치상까지 검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도주치상죄(뺑소니)가 인정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핵심 증거 '블랙박스'…경찰의 '권한 없다'는 말, 사실일까

변호사들은 사건의 진실을 밝힐 핵심 증거로 택시 '블랙박스'를 꼽았다. 그러면서 경찰이 '권한이 없다'며 영상 확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탄탄 이수천 변호사는 "블랙박스가 삭제됐다는 것을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권한이 없다, 어차피 지워졌을 것'이라고 끝낼 문제는 아니다"라며 "담당 수사관에게 택시기사 조사와 블랙박스 존재·삭제 여부 확인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더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한 변호사는 "범죄 수사에서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경찰의 당연한 의무이며, 영장을 발부받아서라도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관할 경찰서 청문감사인권관실이나 경찰청 본청에 수사관 교체 및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쉴드 임현수 변호사는 "경찰이 권한 없음을 이유로 확보하지 않았다면,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통해 영상 확보를 시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뺑소니' 성립되려면 '사고 인식' 입증이 관건

다만 비접촉 사고에서 뺑소니 혐의가 인정되려면 운전자가 자신의 운전 행위로 사고가 났고, 그로 인해 사람이 다쳤다는 사실을 '인식'했음이 증명돼야 한다.


법무법인 한강 이주한 변호사는 "기사가 자신의 경적이나 운전행위 때문에 피해자가 넘어져 다쳤다는 사실을 인식했는지가 중요한 판단요소"라며 "기사 조사에서 경적을 울렸는지, 피해자가 넘어지는 모습을 보았는지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다수 변호사들은 아직 기사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만큼, 사건을 포기하기엔 이르다고 봤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CCTV에 음성이 없더라도 영상과 진술을 통해 택시의 운전행위, 피해자의 낙상, 운전자의 인식을 연결하는 것이 승부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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