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남의 이중고: 아내에 3천만원, 전 연인에겐 '구상금 폭탄' 터지나
불륜남의 이중고: 아내에 3천만원, 전 연인에겐 '구상금 폭탄' 터지나
상간 소송 패소한 전 연인, “네 몫도 내놔” 소송 가능성…법조계 “자동 방어 안 돼”

불륜으로 아내에게 위자료를 지급한 남성이 함께 배상 판결을 받은 전 연인에게 구상금 청구 소송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회사 동료와의 불륜이 발각돼 아내에게는 3000만 원의 위자료를, 법원 판결로 전 연인에게는 2500만 원의 배상금을 물게 된 한 남성. 그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거액을 지불했지만, 이제는 전 연인으로부터 ‘구상금’ 청구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새로운 공포에 직면했다.
법조계는 남성이 아내에게 지급한 돈이 구상금 청구를 막아주는 ‘만능 방패’는 아니라고 경고하며, 모든 것은 두 부부가 작성한 ‘합의서’의 내용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아내 달래려 3천 줬는데" 끝나지 않은 불륜의 대가
직장인 A씨는 잠시 교제했던 여성 B씨와 헤어진 후, 아내에게 불륜 사실이 발각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격분한 아내는 B씨를 상대로 상간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B씨는 A씨의 아내에게 2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이혼만은 막고 싶었다. 그는 아내에게 “불륜에 대한 위자료로 3000만 원을 지급하고,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재산을 절반씩 나눠 협의이혼하자”는 내용의 합의서를 쓰고 즉시 돈을 건넸다.
일단 파국은 막았지만, A씨의 진짜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만약 B씨가 판결금 2500만 원을 모두 갚은 뒤, A씨를 상대로 “불륜은 공동 책임이니 당신 몫을 내놓으라”며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 속수무책으로 돈을 물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법조계 “자동 방어 안 돼”... '공동책임'의 굴레
법률 전문가들은 A씨와 B씨의 관계를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 본다. 부부 공동생활을 침해한 책임을 함께 져야 하는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공동불법행위자 중 한 명이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면, 다른 불법행위자에게 그 책임 비율만큼 돈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구상권’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전 여자친구가 구상금을 청구하더라도, 질문자님이 배우자에게 별도로 위자료를 지급한 사실만으로 바로 구상금 책임을 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법무법인 이엘 민경철 변호사 역시 “가해 배우자와 피해 배우자가 이혼하지 않고 혼인 관계를 유지한다는 사실은 구상권 성립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며 구상권은 공동불법행위자들 사이의 공평한 손해 분담을 목적으로 하는 독자적인 권리라고 덧붙였다.
운명 가를 '합의서'…3천만 원의 진짜 성격은?
전문가들은 A씨의 방어 성패가 ‘아내에게 지급한 3000만 원의 법적 성격’을 어떻게 입증하느냐에 달렸다고 입을 모았다. 모든 것의 열쇠는 A씨와 아내가 작성한 합의서의 구체적인 문구에 있었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만약 A씨가 3000만 원을 지급하면서 부인과 맺은 합의서에 '이번 불륜 사건으로 인한 모든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는 것이며, 더 이상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면, 전 여자친구의 책임도 함께 사라진 것으로 보아 구상금 청구를 방어할 훌륭한 무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즉, A씨의 3000만 원이 ‘A씨 개인의 잘못’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A씨와 B씨의 공동불법행위 전체 손해’를 배상한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법무법인(유한) 한별 김전수 변호사는 “특히 3,000만 원 지급이 부정행위에 대한 위자료인지, 혼인관계 유지 합의의 대가인지 등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며, 위자료의 성격이 불분명하면 구상금 청구를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실적 방어 전략은? “지급 증명하고 책임 비율 다퉈야”
만약 B씨가 실제로 구상금 소송을 제기한다면 A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B씨가 아내에게 판결금을 실제로 지급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법률사무소 예준 신선우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구상'은 먼저 지급한 사람이 하는 것이어서, 전 여자친구가 아내에게 실제로 지급하기 전에는(즉 공동면책 전에는) A씨를 상대로 한 구상금 청구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방향의 항변이 가능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설령 B씨가 돈을 지급해 구상권이 발생하더라도, A씨가 반드시 절반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관계의 주도성,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부 책임 비율을 정한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내부 비율은 사안에 따라 5:5, 6:4, 7:3 등으로 달라지므로, 단기간 교제, 혼인 유지, 사과·합의 존재, 공개성 여부 등을 들어 상간인의 구상청구를 제한하거나, A씨가 이미 자신의 몫을 초과 변제했다는 점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A씨는 아내와 작성한 합의서, 3000만 원 이체 내역 등을 통해 ‘전체 손해를 이미 배상했거나 내 책임 분담을 초과해서 지급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해 B씨의 구상금 청구를 기각시키거나 그 범위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