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뼈 부러뜨린 남편, "이혼 안 하고 양육비와 위자료 받을 수 있나요?”
“갈비뼈 부러뜨린 남편, "이혼 안 하고 양육비와 위자료 받을 수 있나요?”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이혼을 원치 않는 아내. 법률 전문가들은 ‘부양료’와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지만, 남편의 ‘이혼 맞소송’은 각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A씨는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아이 때문에 이혼을 원치 않고 있다. 그녀가 남편에게 경제적 책임을 물을 방법은?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이혼은 싫다, 돈은 받아야겠다…폭력 남편에 맞선 한 여성의 법적 생존법
“남편의 폭력에 갈비뼈가 부러졌지만, 아이 때문에 이혼 만은 할 수 없습니다.” 가정을 지키고 싶은 마음과 폭력적인 남편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충돌하는 한 여성(A씨)의 절박한 마음은 법이 현실의 비극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
남편은 이혼을 요구하지만, A씨는 아이를 생각해 가정을 지키고 싶어 한다. 하지만 폭력의 상처와 당장의 생계 문제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처럼 이혼하지 않고도 남편에게 양육비와 위자료 등 경제적 책임을 물을 법적 해법은 과연 존재할까.
아이 양육비, 이혼 안 해도 받아낼 수 있다?…정답은 ‘부양료’
결론부터 말하면, A씨는 이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위한 돈을 받을 길이 열려 있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이를 ‘양육비’가 아닌 ‘부양료’ 청구의 형태로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곧 남편과 별거에 들어가더라도 A씨의 아이가 최소한의 경제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는 의미다.
추은혜 변호사는 “혼인관계를 유지하면서 자녀와 배우자의 부양료를 청구하는 방법은 가정법원에 ‘부양료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는 부부가 혼인 중 서로를 부양하고(민법 제826조),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민법 제837조)을 지는 법적 의무에 근거한다.
남편이 별거 등을 이유로 생활비나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면, A씨는 법원에 부양의무 이행을 강제해달라고 요청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권민경 변호사는 “서울가정법원은 혼인관계가 유지되는 한 미성숙자녀의 양육비는 혼인비용에 포함되므로, 별거 중인 부부의 일방은 상대방에게 양육비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며 명확한 법적 근거를 제시했다.
부러진 갈비뼈의 대가, ‘위자료’ 아닌 ‘손해배상’으로 받아내라
그렇다면 남편의 폭력으로 인한 A씨의 정신적, 신체적 고통에 대한 보상은 어떨까. A씨의 부러진 갈비뼈와 손가락은 이혼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보상받아야 할 '피해'다. 많은 이들이 ‘위자료’를 떠올리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용어의 정확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승미 변호사는 “이혼 위자료는 혼인 파탄의 책임을 물어 이혼을 전제로 청구하는 것”이라며 “이혼하지 않고는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법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있다. 가정폭력은 명백한 불법행위이므로, 이혼 여부와 관계없이 폭행으로 발생한 치료비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도현 변호사는 “폭력행위로 상해를 당했다면, 그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치료비와 위자료(손해배상의 일부로서의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A씨가 증거로 제시한 ‘벽에 구멍 뚫린 사진’, ‘친정 어머니의 증언’, ‘과거 갈비뼈 골절 진단서’ 등은 폭행 사실을 입증할 매우 중요한 법적 무기가 된다.
그러나 가장 큰 변수, 남편의 ‘이혼 역공’을 각오하라
법적으로 돈을 받을 길이 열려 있다 해도, 현실의 벽은 존재한다. 바로 남편의 ‘이혼 맞소송’ 가능성이다. 이미 이혼을 원하는 남편 입장에서 A씨가 부양료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면, 이를 빌미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며 맞대응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게 변호사들의 공통된 경고다.
한승미 변호사는 “실무적으로 볼 때 부양료 청구 소송을 당한 배우자가 이혼 소송으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물론 남편이 가정폭력을 저지른 ‘유책 배우자(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이므로 법원이 이혼 청구를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A씨는 원치 않는 소송에 휘말려 길고 고통스러운 법적 다툼을 벌여야 하는 상황 자체는 피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법은 A씨에게 '이혼 없이 돈을 받을 권리'라는 칼을 쥐여준다. 하지만 그 칼을 휘두르는 순간, 남편이 '이혼 소송'이라는 방패로 맞설 수 있다는 현실의 벽이 존재한다.
결국 A씨의 선택은 법적 권리를 행사하며 전면전을 벌일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길을 모색할 것인가의 기로에 놓인다. 전문가들은 어떤 선택을 하든 피해 여성과 자녀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고, 모든 증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법률 전문가와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세울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