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초 치워달라" 했다가 폭행당했는데, 거꾸로 '특수협박' 피의자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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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초 치워달라" 했다가 폭행당했는데, 거꾸로 '특수협박' 피의자 됐다

2026. 05. 15 12:39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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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없는데 증거 있냐" 조롱하던 가해자들, 변호사 선임 후 맞고소…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아파트 흡연실에서 청소를 요구한 시민이 상대방으로부터 폭행을 당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오히려 가해자 측은 시민이 '담뱃불로 위협했다'며 특수협박으로 맞고소했다. /AI 생성 이미지

아파트 흡연실에서 청소를 요구했다가 폭행당하고 "CCTV도 없는데 증거 있냐"는 조롱까지 들었던 한 시민. 억울함에 상해 진단서까지 끊어 고소했지만, 정작 자신의 폭행 피해 사건은 증거 불충분으로 종결됐다.


그런데 이제는 상대방이 "담뱃불로 위협했다"며 특수협박 혐의로 맞고소해, 검찰 조사를 받게 된 황당한 상황에 놓였다. 피해자가 순식간에 가해자로 뒤바뀐 것이다.


"남자 있었으면 말도 못할 주제에"...청소 요구에 돌아온 폭행과 조롱


사건은 아파트 흡연실에서 시작됐다. A씨는 흡연 후 꽁초와 침을 뱉고 자리를 뜨는 일행을 목격하고 청소를 요청했다. 하지만 여성 2명은 이를 무시했고, 그중 한 명은 "남자 있었으면 아무 말도 못할 주제에"라며 비아냥거렸다.


A씨가 "몇 동 몇 호 사냐, 청소하는 것 지켜보겠다"고 하자, 잠시 후 여성들은 한 남성과 함께 돌아왔다. 이들은 페트병에 담아온 물만 바닥에 형식적으로 붓고 가려 했다.


A씨가 "바람이 불고 추운 날 바닥이 얼면 위험하지 않냐"고 항의하는 순간, 상대 남성은 A씨의 목을 강하게 밀쳤다. A씨는 그대로 3m가량 밀려나 화단 경계석에 부딪혀 넘어졌다.


겨우 일어선 A씨에게 남성은 "너도 때려봐"라며 주먹을 들어 때릴 듯이 위협했다. A씨가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따져 묻자, 동행한 여성은 "여기 CCTV도 없는데? 증거 있냐?"라며 일행과 함께 웃으며 조롱하기 시작했다.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뒤바뀐 운명, "담뱃불 위협" 맞고소


넘어지는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잃어버려 바로 신고하지 못한 A씨는 약 10분간 상대방의 인신모욕과 욕설을 감내해야 했다. 극심한 압박감과 위축감을 느낀 A씨는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상대방과 약 1m 거리를 둔 채 자신의 입으로 담뱃불을 끄는 행동을 했다.


이후 상대방이 돌아가자 A씨는 휴대전화를 찾아 경찰에 사건을 접수하고, 다음 날 상해 진단서까지 발급받아 제출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A씨의 폭행 고소는 CCTV가 없고 상대방이 범행을 부인한다는 이유로 '증거불충분'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반면, 변호사를 선임한 상대방은 A씨가 "담뱃불을 눈가 10cm까지 들이밀며 위협했다"며 특수협박 혐의로 맞고소했다.


결국 A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송치되어 조사를 받게 됐다. A씨는 담뱃불을 끈 사실은 인정했지만, 위협할 의도는 전혀 없었고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 "핵심은 '위협의 고의'...정황 소명하면 무혐의 다툴 여지"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억울한 상황에 처했지만, 특수협박 혐의를 벗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조언한다. 특수협박죄의 핵심은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상대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을 고지'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다.


홍대범 변호사는 "1m 거리에서 자기 입으로 불을 끈 행위는 일반적인 '협박'의 범주에 해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며, "상대방이 먼저 폭행과 조롱을 지속해 A씨가 위축된 상태였다는 점, 즉 '협박을 할 만한 우월적 지위가 아니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주헌 변호사 역시 "특수협박 고소가 변호사 선임 직후 이루어진 점은 대응적 고소의 전략성을 시사하며, 검사는 고소 경위의 목적성도 함께 심사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가 경찰 조사에서 담뱃불 관련 진술을 번복한 점은 불리한 요소다. 이와 관련해 박성현 변호사는 "경찰 조사 당시 담뱃불 관련 진술을 일부 번복한 점은 수사기관에서 신빙성을 의심할 수 있는 요인이 되나, 당시 갑작스러운 폭행과 조롱으로 극심한 위축감과 경황이 없었던 심리 상태를 논리적으로 소명한다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며 진술 번복의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광희 변호사 또한 "진술 중 일부 번복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경위에 대한 설명이 중요하고, 기억 혼선이나 긴장 상황에서의 진술 변화라는 점을 일관되게 정리해야 신빙성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A씨가 먼저 폭행을 당한 피해자였고, 상대방 3명에게 둘러싸여 압박을 받던 상황에서 나온 '회피적 행동'이었음을 일관되게 주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검찰 조사 전, 당시 상황을 시간순으로 정리한 진술서를 제출하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적극적으로 무혐의를 다투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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