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하니 계정 바꿔 또…'사이버 좀비'는 명백한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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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단하니 계정 바꿔 또…'사이버 좀비'는 명백한 범죄

2026. 03. 27 12:18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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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차단 우회는 스토킹의 핵심 증거, 피해자 맞대응은 무관”

욕설 메시지를 보내는 상대를 차단해도 새 계정이나 다른 메신저로 괴롭힘이 계속된다면 스토킹 범죄에 해당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모르는 사람의 욕설 카톡을 차단하자 새 계정으로, 다시 차단하니 라인으로 끈질기게 이어지는 사이버 괴롭힘. 순간의 분노로 맞대응한 사실 때문에 신고를 망설이는 피해자에게 법조계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차단을 회피하려는 시도 자체가 범죄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핵심”이라며 “피해자의 초기 대응 방식과 무관하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단 비웃는 '계정 갈아타기'…법원도 '악질'로 본다


어느 날 갑자기 모르는 사람에게서 온 카카오톡은 곧 끔찍한 욕설로 돌변했다. 피해자가 대화를 거부하고 계정을 차단했지만, 평온은 잠시였다.


상대는 보란 듯이 새로운 카카오톡 계정을 만들어 다시 연락을 시도했고, 이를 재차 차단하자 이번에는 '라인' 메신저로 플랫폼까지 옮겨 접근했다. 현재는 또 다른 라인 계정이 피해자를 친구로 추가한 상태다.


피해자는 “차단 이후에도 계속 다른 계정을 만들어 접근한 점 때문에 불안감을 느낀다”며 법률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구했다.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스토킹 범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이나 부호 등을 반복적으로 도달하게 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명시한다.


법무법인 정향 김연수 변호사는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며 '차단'이라는 기술적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계정을 생성하여 재차 접촉을 시도한 점은, 가해자의 확정적 고의와 반복성을 입증하는 결정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역시 “차단 후 다른 계정을 만들어 반복적으로 연락한 행위는 스토킹처벌법상 반복적 접근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나도 같이 욕했는데…” 피해자 맞대응, 문제 될까?


피해자의 가장 큰 고민은 자신도 순간 감정이 격해져 상대에게 욕설로 맞대응한 부분이다. 이 때문에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지만, 법조계 전문가들은 ‘범죄 성립에 지장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스토킹 범죄는 가해자의 행위 자체를 놓고 판단하며, 피해자의 초기 대응이 가해 행위의 위법성을 없애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는 “질문자님이 초기 대응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맞대응한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행위가 스토킹으로 인정되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이후 명확히 연락 중단을 요구했음에도 상대방이 이를 무시하고 접근을 강행했다면 고의성은 더욱 짙어집니다”라고 덧붙이며, 거부 의사 표현 후의 반복적 접근이 더 중요한 판단 근거임을 분명히 했다.


더신사 법무법인 남희수 변호사도 “중간에 일부 감정적으로 대응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후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고 차단한 이상 상대방의 행위 자체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고 거들었다.


스토킹 외 다른 혐의는? '모욕'보다 '정보통신망법'


상대방의 욕설에 대해 ‘모욕죄’ 적용을 생각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신중한 접근을 권한다. 1대1 대화는 여러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하는 ‘공연성’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모욕죄 처벌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정보통신망법’ 위반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법률사무소 나아가의 나송현 변호사는 “1대1 비밀 대화방에서 이루어진 욕설은 불특정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공연성'이 결여되어 원칙적으로 모욕죄 성립이 어려울수 있습니다”라며 “따라서 본 사안은 모욕죄보다는 정보통신망법 제74조 제1항 제3호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 등을 반복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스토킹처벌법 위반과 경합하여 주장하는 것이 보다 유리한 수단이 되실 것이라 사료됩니다”라고 상세히 설명했다.


즉, 욕설의 모욕성보다는 공포심과 불안감을 ‘반복적’으로 유발했다는 점을 파고드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신고 결심했다면 '시간순 정리'가 승패 가른다


법적 대응을 결심했다면 ‘체계적인 증거 정리’가 가장 중요하다. 단순한 대화 캡처를 모아 제출하는 것을 넘어, 가해자의 집요함을 수사기관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시간의 흐름’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무법인 반석 최이선 대표변호사는 “경찰 신고 시에는 단순 캡처 나열보다 '시계열 정리'가 중요합니다. 최초 연락부터 차단, 새 계정 접근, 플랫폼 이동 과정을 시간순으로 표로 정리하여 제출한다면 수사관이 사건의 집요함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초 연락 시점 ▲욕설이 시작된 시점 ▲피해자가 차단한 시각 ▲가해자가 새로운 계정이나 다른 플랫폼으로 재접근한 시각 등을 순서대로 정리하고 관련 캡처 화면을 첨부해야 한다.


특히 “계속하면 경찰에 넘기겠다”고 경고한 메시지는 명확한 거부 의사 표현의 증거가 되므로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증거를 바탕으로 경찰에 신고하고,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신청해 추가 피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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