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구매 '총대' 멨다가 사기꾼으로 몰릴 위기⋯변호사가 제안하는 대응 방안 3가지
공동구매 '총대' 멨다가 사기꾼으로 몰릴 위기⋯변호사가 제안하는 대응 방안 3가지
공동 구매할 사람들 모집 후 판매자에게 돈 송금했는데 '잠적'
돈 모아 송금한 A씨도 피해자지만⋯사기 공범으로 몰릴 위기
대응 방안 ①피해자들과 공동 대처 ②피해 금액 물어주고 단독 고소 ③선제 고소

인터넷 공동구매를 추진하던 중 판매자가 돈만 받고 잠적해버렸다. 이런 경우 대표로 진행한 사람이 공동구매 참여자들의 피해액을 다 물어주어야 할까?/ 게티이미지코리아
매일 차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A씨는 차량용 공기청정기를 장만하기로 했다. 이곳저곳에서 알아봤지만, 막상 마음에 드는 물건은 너무 비쌌다. 이에 20~30%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온라인 공동구매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직접 공동구매 사이트에 글을 올려 판매업자를 찾았다. 자신이 직접 '총대(개인 주최자)' 메고 판매자와 구매자를 이어주기로 했다. 두 시간쯤 지나자 판매업자로부터 A씨가 원하는 제품을 공동구매하게 해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판매업자는 20개 이상 공동구매하면 쇼핑몰 최저가가 30만 원인 제품을 24만 원씩에 살 수 있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
A씨를 이 조건으로 공동구매 참여자를 모았다. 그렇게 모은 돈을 자신의 계좌로 받아 판매자에게 송금해 주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일이 터졌다. 판매자가 잠적해 버린 것이다. A씨는 이 사실을 공동구매자들에게 바로 알렸지만, 오히려 똑같이 피해를 당한 A씨에게 공동구매자들은 돈을 돌려달라며 성화였다.
경찰에 이 일을 신고한 A씨. 그러면서 잠적한 판매자에게 당한 피해자들이 더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상습범이었던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자신의 통장으로 돈을 모아 보내 준 A씨. 그는 이 경우 전체 피해 금액을 자신이 모두 갚아주어야 하는지 걱정이 크다.
변호사들은 A씨가 피해자들에게 돈을 물어주지 않으면 '사기죄'로 고소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법무법인 인화의 김명수 변호사는 "A씨가 공동구매를 주최했고 돈을 모아 판매자에게 보내 주는 절차로 공동구매를 진행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A씨가 돈을 환불해주지 않으면 사기의 공범으로 형사 고소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고 했다.
변호사 박창규 법률사무소의 박창규 변호사도 "A씨의 통장으로 공동구매 참여자들의 돈을 받아 판매자에게 입금했기 때문에, 사기의 공동정범 또는 방조범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는 "공동구매 참여자들이 환불을 요구하고, 그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A씨를 사기죄로 고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일단 피해자들에게 경위를 상세히 설명해 오해를 풀도록 하고, 부득이 수사절차로 이어진다면 적극적으로 '혐의없음'을 소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A씨에 세 가지 대응방법(①⋅②⋅③)이 있다고 말한다.
김명수 변호사는 먼저 두 가지 길을 제시했다. 그 첫 번째(①)는 A씨가 피해자들에게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해명해 오해를 푼 뒤, 모두 함께 가해자를 사기죄로 고소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첫 번째 방안이 무산될 경우, 두번째(②) 방안으로 A씨가 일단 피해자들에게 돈을 물어주고 판매자를 사기죄로 고소하는 절차를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을 제안했다.
서영 법률사무소의 서영 변호사는 제3의 길(③)을 제시했다. "먼저 판매자를 고소해 고소접수증을 발급받고, 이를 공동구매 참여자들에게 보여줌으로서 공범으로 몰리는 것을 피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더불어 서 변호사는 "공동구매 주최자가 '선관주의의무'(善管主意義務: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일반적·객관적 기준에 의해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를 말한다)를 위배했다고 판단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며 "주최 경위와 그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주의를 다했음을 잘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문제해결을 위해 발 빠른 대응과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적극적으로 알리도록 하라"고 말했다.
다만 피해액 변상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보인 변호사들도 있다.
법률사무소 허브의 박정해 변호사는 "A씨가 피해자라는 사실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있으면, 공동구매 참여자들에게 바로 변상을 해 주기보다는 소송을 통해 청구할 때 재판과정에서 변제 여부, 조정 가능성 등을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변호사 최진혁 법률사무소의 최진혁 변호사는 "A씨가 사기 범행자의 공범으로 인정된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할 여지가 있으나, 그가 단순히 공동구매의 피해자인 것으로 결론 난다면 '환불'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박정해 변호사는 "공동구매 의뢰인들이 공동구매 방식을 이해하고, 그 돈이 어떻게 집행되는지 알고 있었다면 A씨의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해봐도 무방할 것 같다" 말했다. 진행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했다면 A씨 책임이 가벼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