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도구에 범인 DNA가 없다?"… '작은아버지 살해' 조현병 환자, 항소심도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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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도구에 범인 DNA가 없다?"… '작은아버지 살해' 조현병 환자, 항소심도 무죄

2025. 10. 21 12:32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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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 작은아버지 살해 혐의 벗어

법원 "간접 증거만으로 유죄 확신 어려워" 항소 기각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수원지방법원에서 살인 및 치료감호·부착명령 청구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던 조현병 환자 A씨(피고인)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검사가 제시한 간접 증거들만으로는 A씨가 작은아버지를 살해했다는 공소사실을 "압도적으로 우월하게" 증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특히, 검찰이 범행 도구로 지목한 십자드라이버에서 피해자의 DNA만 검출된 점, 제3자의 범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무죄 판단의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30년간 보살펴준 작은아버지, 조현병 환자 조카에게 살해당했나

피고인 A씨는 조현병 등으로 심신장애를 겪는 사람으로, 약 30년 전부터 작은아버지인 피해자 B씨(76세)의 보살핌을 받으며 함께 생활했다. 피해자는 A씨의 부모가 사망하자 A씨를 돌봐왔다.


그러나 A씨는 2016년 조현병 진단 이후 망상 증상과 함께 타인에게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여왔으며, 최근에는 망상의 대상이 작은아버지인 피해자로 옮겨가는 중이라는 진단도 받았다.


실제로 A씨는 과거 피해자를 삽으로 때려 상해를 입히거나, 목을 조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사건은 2024년 1월 31일 21시경부터 다음 날 2월 1일 8시 20분경 사이에 발생했다. A씨는 주거지에서 십자드라이버, 커피포트 등으로 피해자의 머리, 얼굴, 목 부위 등을 수회 때려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됐다.


검찰은 A씨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었고 재범 위험성이 있다며 치료감호와 부착명령도 함께 청구했다.


범행 도구에 피고인 DNA는 없다? 증거력 '의문' 제기돼

A씨는 경찰 수사 단계부터 일관되게 살인 혐의를 부인했지만, 범행 전후 행적에 대해 일관성 없는 진술을 했고, 피해자의 아들이 현관문을 두드렸을 때 문을 열어주지 않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간접 증거들만으로는 A씨의 범행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검사가 범행 도구로 지목한 물건들에 대한 감정 결과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1. 십자드라이버: 피해자 DNA만 검출 검찰은 A씨의 방에서 발견된 십자드라이버 손잡이에서 인혈반응과 피해자의 DNA형이 검출된 점을 근거로 범행 도구로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통상적인 용도나 용법에 따라 상처 입은 손으로 드라이버를 쥘 때도 발생할 수 있는 결과"라며, "십자드라이버 손잡이에서 피고인의 DNA형은 검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범인이 드라이버를 잡는 것이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음에도 피고인의 DNA가 없는 점은 범행 도구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2. 커피포트: 피해자 DNA·혈흔 반응 모두 '음성' 파손된 채 발견된 커피포트 역시 범행 도구로 특정됐으나, 커피포트 표면 및 뚜껑에서 피고인의 DNA만 검출됐을 뿐 피해자의 DNA는 검출되지 않았으며 혈흔 반응 또한 음성으로 판정됐다.


이는 피해자가 상당한 양의 피를 흘린 채 사망한 사정과 부합하지 않는다. 경찰의 초기 검사에서 혈흔 반응이 관찰된 것은 금속 재질에 대한 위양성 반응일 가능성이 높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구관의 증언도 있었다.


3. 피고인의 의복 및 수건: 피해자 DNA '미검출' 수사기관이 A씨가 범행 당시 착용했거나 혈흔 정리에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한 의복과 수건에서도 피고인의 DNA형만 검출됐고, 피해자의 DNA형은 검출되지 않았다.


특히 수건에서는 혈흔 반응도 음성으로 판정됐다. 법원은 피해자가 상당한 피를 흘린 채 발견된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감정 결과는 공소사실의 증명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봤다.


"제3자의 범행 가능성 배제 못 해"

법원은 피해자가 평소 민사소송을 많이 하고 원한 관계에 있는 제3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으며, 공동현관문에 잠금장치가 없어 누구나 출입이 가능했던 점을 들어 제3자의 범행 가능성을 단정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해자를 집까지 데려다준 지인이 마지막 목격자인 중요 참고인임에도 수사기관에서 별다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A씨의 진술이 비논리적이고 태도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A씨의 정신병력(조현병)과 낮은 지적 능력(지능지수 58)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을 수 있으며, 이러한 정황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법원의 최종 결론이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유죄의 간접사실 내지 정황만으로는 피고인의 범행 방법, 사건 당시 상황 등에 대한 본질적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증명이 부족하다"며 원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하고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A씨에 대한 살인 혐의는 물론 병합 청구되었던 치료감호 및 부착명령 청구 역시 모두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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