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케어 vs. 롯데헬스케어 '아이디어 탈취' 공방⋯변호사와 짚어 본 쟁점
알고케어 vs. 롯데헬스케어 '아이디어 탈취' 공방⋯변호사와 짚어 본 쟁점
대기업의 스타트업 아이디어 탈취 의혹⋯유사한 영양제 디스펜서 선보여
양측이 다툴 쟁점 무엇일까? 변호사가 짚은 세 가지 포인트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헬스케어가 국내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아이디어를 탈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알고케어 제공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헬스케어가 국내 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탈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롯데헬스케어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해당 스타트업 '알고케어' 측은 롯데헬스케어 임원과 나눈 대화 녹음파일을 모두 공개하며 폭로에 나섰다. 그러면서 알고케어 측은 "법적 조치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상황.
이런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는 "피해 상황에 따른 법적 대응 수단을 전문가를 통해 컨설팅하고, 타부처의 피해구제 지원수단도 종합적으로 안내했다"고 밝혔다. 정부까지 중재에 나선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공방. 과연 두 기업이 다툴 쟁점 등은 무엇인지 변호사와 미리 확인해봤다.

알고케어의 정지원 대표는 지난 18일 "롯데헬스케어의 아이디어 탈취를 고발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정 대표는 국내 대표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4년간 변호사로 일하다가 지난 2018년 알고케어를 창업해 스타트업 업계에 뛰어들었다.
정 대표가 올린 글에 따르면,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에서 두 회사는 유사한 영양제 디스펜서를 선보였다. 두 제품 모두 영양제가 밀봉된 카트리지를 기기에 넣으면, 개인에 맞춰 영양제 구성과 섭취 방식 등을 자동으로 계산해준다. 디스펜서 LED에 불이 들어오면서 자동으로 배합된 영양제가 나오는 방식이다.
자사 제품과 유사함을 확인한 알고케어는 지난 2021년 롯데헬스케어와의 미팅을 언급하며 아이디어를 도용당했다는 입장이다. 당시 알고케어는 뉴트리션 엔진 등으로 CES 혁신상을 받으며, 이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롯데헬스케어는 제품 투자 명목으로 만남을 제안했고, 알고케어는 이후 개발 중이던 뉴트리션 엔진을 시연했다. 당시 알고케어는 '비밀유지계약서(NDA)' 체결을 요구했지만, 롯데헬스케어 측은 "법인 설립 전이라 NDA를 체결할 수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그러면서 "절대 따라 할 일 없으니 그냥 이야기해도 된다"며 알고케어를 안심시켰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롯데헬스케어는 자사에서 해당 제품을 만들어 팔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라이선스 피(license fee·특허 사용료)를 주겠다는 제안도 했다. 알고케어는 기기의 카트리지와 디스펜서를 특허 출원한 상태다. 하지만 협상이 무산됐는데, 얼마 뒤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 제품과 유사한 상품을 출시했다. 알고케어는 오는 3월 제품을 정식 출시할 예정이었다.
이에 알고케어 측은 "롯데헬스케어 제품의 전체적인 컨셉이 흡사하다"고 주장하며 "외관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면도 그렇다"고 주장했다. 반면 롯데헬스케어는 "신사업 검토 시점부터 건강기능식품 소분 판매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라며 "더욱이 이미 해외에서는 개인 맞춤형으로 영양제를 추천하고 디스펜서를 이용해 섭취하도록 하는 건 소위 '정수기'처럼 일반적인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아이디어 탈취를 부인한 것이다.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고 있는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 과연, 이 공방은 어떻게 결론이 날까. 로톡뉴스는 법률사무소 Y(와이)의 연취현 변호사와 함께 이번 사안의 쟁점을 분석해봤다. 연취현 변호사는 경기도청 공정경제과 공정거래지원센터에서 공정경제 총괄 변호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먼저 ①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 이 법은 '부당하게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제45조 제1항 제8호). 여기에는 다른 사업자의 기술을 부당하게 이용해 사업 활동이 상당히 곤란하게 하는 경우가 포함되는데, 현재까지 정황에 비춰보면 롯데헬스케어도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연취현 변호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관련 지침에 따르면, 사업 활동이 상당히 곤란하게 됐는지 여부는 단순히 매출액 감소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매출액의 상당한 감소와 거래 상대방의 감소 등으로 현재 또는 미래의 사업 활동이 상당히 곤란하게 되거나, 될 가능성이 있는지 엄격히 따진다"고 했다.
이어 "알고케어 측이 공개한 증거들을 보면 (아이디어 도용의 가능성이) 상당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3년간 CES에서 상을 수상하는 등 기술 발전 과정에 대한 기록도 존재할 것으로 본다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다툴 때 유리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만약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롯데헬스케어의 부당행위를 인정한다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공정위로부터 재발방지조치 등 시정조치 명령,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도 있다.
다만, 연 변호사는 "공정위의 조사와 판단이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롯데그룹을 모기업으로 둔 롯데헬스케어가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선다면, 스타트업인 알고케어 측은 버티기가 어렵다. 자본금으로 보나, 가용 가능한 인력 등으로 보나 알고케어보다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 혹은 법원이 알고케어 측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아이디어 탈취 문제와 별개로, 스타트업인 알고케어가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가 된다.
②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여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이 법은 '사업제안 등 거래교섭 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갖는 타인의 기술적 아이디어를 자신 또는 제3자의 영업상 이익을 위해 부정하게 사용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 중 하나(제2조 제1호 차목)로 보고 있고, 롯데헬스케어 측의 행동이 여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취현 변호사는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보다 미리 관련 아이디어를 구상했다는 증거를 내지 못하는 이상 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의 아이디어를 따라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련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연 변호사는 "알고케어의 손해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영업비밀 침해행위 금지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법은 영업비밀의 보유자가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자로 인해 영업상의 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 법원에 침해 행위를 금지 또는 예방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제10조).
마지막으로 ②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이다. 이 법은 원사업자(원청업체)는 수급사업자(하도급업체)의 기술 자료를 자사 또는 제3자에게 제공하도록 요구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또한 취득한 해당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도 안 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제12조의3).
앞서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 제품을 만들어 팔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유사한 제품으로 기술탈취 문제가 불거진 점에 비춰보면 하도급법 적용 여부도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연취현 변호사는 "하도급법 적용은 어려워 보인다"는 입장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 연 변호사는 "하도급법이 적용되려면,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 사이에 위탁행위가 있어야 한다"며 "이 사안의 경우 투자 계약과 관련한 사전 미팅 과정에 있었던 관계이기 때문에 적용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