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계정 빌려줬다가 사기범 몰렸다."선의가 범죄 도구 된 황당한 현실"
당근마켓 계정 빌려줬다가 사기범 몰렸다."선의가 범죄 도구 된 황당한 현실"
지인에게 빌려준 당근마켓 계정, '사기방조' 혐의로 형사처벌 위기
'몰랐다'는 주장, 어떻게 입증해야 할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지인에게 당근마켓 계정을 빌려준 A씨(30대)가 사기방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단순히 계정을 빌려준 것뿐인데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삼자사기에 자신의 계정이 사용되면서 피해자들이 A씨를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A씨는 지난달 경찰로부터 "당신 명의 당근마켓 계정이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여러 경찰서에서 출석 요구서가 잇따라 날아들었다.
A씨는 "계정을 빌려준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갑자기 사기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됐다"며 "처음엔 '나는 몰랐다'고 말하면 될 줄 알았는데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계정 대여만으로도 형사처벌 대상"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21일 "계정을 빌려준 행위만으로도 사기방조죄로 형사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변호사는 "형법상 범죄를 용이하게 돕는 행위는 '방조'에 해당해 범죄를 직접 저지른 정범에 준하는 처벌을 받는다"며 "법원은 계정 대여가 사기 범행에 사용될 것을 알았거나 최소한 알 수 있었다면 방조 혐의를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러 개의 계정을 빌려주거나 반복적으로 대여한 경우에는 '범죄에 쓰일 줄 몰랐다'는 주장의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계정 등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계정을 빌려준 경위, 대가 수수 여부, 사기 범행에 대한 인지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 전환 '순식간'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는 "참고인 신분이라고 안심하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박 변호사는 "'참고인'은 수사기관이 사건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하는 관련자를 뜻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혐의점이 드러나면 언제든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 수 있다"며 "피의자가 되면 형사 입건돼 처벌 가능성이 열린다"고 경고했다.
그는 "첫 경찰 조사가 사실상 법적 운명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단계"라며 "수사관은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을 집중 점검하므로 어설픈 변명이나 거짓 진술은 오히려 의심을 키워 피의자 전환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관된 진술·객관적 증거가 핵심"
전문가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한 대응의 핵심으로 '일관된 진술'과 '객관적 증거 확보'를 꼽는다.
박성현 변호사는 "계정을 빌려준 구체적 경위와 상대방과의 관계, 사기 범행을 예측할 수 없었던 이유 등을 시간 순서에 따라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사기 사실을 알게 된 직후 취한 조치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핵심 방어 전략은 '사기 범행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섣부른 개인 판단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초기 조사 단계부터 형사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법리적 검토와 방어 전략을 세우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시대 가벼운 신뢰가 무거운 법적 족쇄로 돌아온 상황에서 '나는 몰랐다'는 주관적 항변만으로는 '계정이 범죄에 쓰였다'는 객관적 현실을 뒤집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