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해서도 내 밑에서 일해라"... 전남대생을 죽음으로 몬 '끝나지 않는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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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해서도 내 밑에서 일해라"... 전남대생을 죽음으로 몬 '끝나지 않는 지옥'

2025. 12. 03 15:11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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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업무량 2배에 사적 심부름까지

전남대 사건으로 본 대학원 사회의 '침묵의 카르텔'과 법적 쟁점

전남대가 제자를 죽음으로 내몬 '갑질 교수'를 해고했으나, 법조계는 단순 징계를 넘어선 형사상 강요죄 성립 여부와 대학 본부의 사용자 책임 규명이 향후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제자를 '컴컴'이라 부르며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고, 취업 후에도 연구실 업무를 강요한 전남대학교 교수가 해고됐다.


대학 측은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 2명 중 비전임 교원에 대해 계약 해지라는 최고 수위 징계를 내렸으나, 사건의 법적 파장은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단순한 학내 징계를 넘어 형사상 강요죄 성립 여부와 대학 본부의 사용자 책임론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골프 대회 준비에 중고 거래까지"... 좁은 바닥 인질 삼은 '갑질'의 전말

30일 전남대에 따르면 대학은 지난 28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연구교수 A씨에 대해 해고 처분을 결정했다. A씨는 전임교원 B씨와 함께 대학원생 C씨에게 지속적인 가혹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월 교내 기숙사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C씨의 휴대전화에는 이들의 갑질 정황이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


진상조사 결과 드러난 사실관계는 충격적이다. 두 교수는 C씨에게 골프 대회 계획을 준비시키거나 개인 물품 중고 거래 등 사적인 심부름을 수시로 지시했다. C씨가 맡은 연구 과제는 동료 대학원생 평균의 약 2배에 달했지만, 교수 개인 업무 수행에 대한 별도 인건비는 지급되지 않았다.


특히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결정적 압박은 '미래에 대한 협박'이었다. 교수들은 C씨에게 "취업을 하더라도 연구실 업무를 계속하라"고 요구했다. 진상조사위는 전공 특성상 인적 네트워크가 협소해, 교수의 눈 밖에 나면 업계 생존이 불투명해지는 구조적 환경이 고인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대학 측은 남은 가해자인 전임교원 B씨에 대해서도 다음 달 징계위를 열어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단순 괴롭힘 아닌 '범죄'... 강요죄와 업무상 과실치사 쟁점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 징계 사안을 넘어 형사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핵심은 형법 제324조 '강요죄'의 성립 여부다.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할 때 성립한다.


서울고등법원(2021노109)은 과거 교수가 학생들에게 골프 대회 아르바이트를 강요하고 불참 시 학점 불이익을 암시한 사건에서 강요죄를 인정한 바 있다. 이번 사건 역시 교수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취업 후 근무'나 '사적 심부름' 등 의무 없는 일을 강요했다는 점에서 동일한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 협소한 업계 평판을 볼모로 한 압박은 법적으로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협박)'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또한 업무상 과실치사(형법 제268조) 혐의 적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교수는 학생의 안전과 연구 환경을 보호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만약 과도한 업무 부여와 인격 비하 발언이 고인의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입증된다면, 교수는 사망의 결과에 대한 형사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꼬리 자르기식 징계? 대학 본부의 '사용자 책임' 피할 수 없어

가해 교수의 해고와 별개로 전남대 본부의 법적 책임 또한 무겁다. 민법 제756조는 피용자(교수)가 사무 집행과 관련해 제3자(학생)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사용자(대학)가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서울북부지방법원(2020나41505) 판례에 따르면,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 집행과 관련된 것으로 보일 경우, 설령 그것이 사적인 심부름이라 할지라도 사용자 책임이 인정된다. 즉, 골프 대회 준비나 중고 거래 지시가 교수-학생 간의 지도 감독 관계 하에서 이루어졌다면 대학은 관리 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대전고등법원(2022누11611) 역시 대학원 지도교수의 우월적 지위와 학생이 거부 의사를 표시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전남대가 학생의 과도한 업무량과 고충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거나 이를 방치했다면, 이는 고용계약상 '보호 의무' 위반에 해당하여 독자적인 불법행위 책임까지 성립할 수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은 가해 교수 개인의 일탈을 넘어, 폐쇄적인 대학원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대학의 관리 부재가 빚어낸 참사라는 지적이다.


유족에 대한 대학 차원의 실질적인 배상과 재발 방지 대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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