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끊긴 직원이 걱정돼 창문 열고 집에 들어간 사장님, 처벌받을까요?
연락 끊긴 직원이 걱정돼 창문 열고 집에 들어간 사장님, 처벌받을까요?
전날 과음한 직원 출근 안 하고 휴대폰 꺼지자 '사고 우려'에 직접 확인…주거침입죄 될까

연락 두절된 직원이 걱정돼 창문으로 집에 들어간 사장이 주거침입으로 고소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지인의 소개로 채용한 직원 B씨 때문에 최근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형·동생처럼 편하게 지내던 B씨가 걱정돼 집에 찾아갔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고소당한 것이다.
사건 전날, A씨는 B씨 등 직원들과 회식을 했다. B씨는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셨고, A씨는 취한 B씨를 위해 택시를 불러 주고, 요금까지 주며 귀가를 도왔다. 하지만 다음 날, 출근 시간인 오전 10시가 지나도 B씨는 나타나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휴대전화까지 꺼지자 A씨는 덜컥 겁이 났다.
점심 영업을 마친 뒤에도 연락이 닿지 않자, A씨는 B씨의 집으로 직접 향했다.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자 '혹시 사고가 난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감이 커졌다. 결국 A씨는 건물 관리인의 도움을 받아 사다리를 놓고 창문을 통해 B씨의 집에 들어갔다.
다행히 B씨는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A씨는 “걱정돼서 왔다. 허락 없이 들어온 건 미안하다”고 말한 뒤 B씨의 상태를 확인하고 바로 집을 나섰다.
그러나 B씨 측은 A씨를 주거침입으로 고소했다. 선한 의도에서 비롯된 행동이었지만 A씨는 졸지에 범죄 피의자가 됐다. A씨는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있을까?
'선의'였어도 창문 넘었다면…“명백한 주거침입”
변호사들은 A씨의 행동이 선한 의도에서 비롯됐더라도 법적으로는 주거침입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거주자의 허락 없이 주거에 들어간 사실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우선 이민철 변호사는 "아무리 직원의 안위를 걱정한 순수한 목적이었다 하더라도, 관리인에게 사다리를 빌려 창문으로 넘어 들어간 행위는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요건을 명백히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과 수사기관은 연락이 두절되어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면 본인이 직접 진입할 것이 아니라 경찰이나 119에 신고하는 것이 적법한 절차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한강 김전수 변호사 역시 "선의의 동기만으로 위법성이 당연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검찰이나 법원은 창문을 통해 실제 주거 내부까지 들어간 행위 자체는 상당히 엄격하게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형법 제319조에 따르면, 사람의 주거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정당행위' 주장 가능할까…“112 신고 안 한 게 발목”
A씨의 행동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정당행위)로 인정받아 처벌을 피할 가능성은 없을까?
변호사들은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당행위로 인정받으려면 다른 수단이 없는 긴급한 상황이었음이 증명돼야 하는데, A씨의 경우 경찰이나 119에 신고하는 방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로웰 김훈희 변호사는 "향후에는 연락이 되지 않는 직원이나 지인의 안전이 우려되더라도 119나 112에 신고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한설 조민성 변호사는 "주거침입은 들어간 사실만으로 결론이 나는 것이 아니라, 들어가게 된 목적과 경위, 그 상황에서 다른 방법이 있었는지가 함께 평가된다"면서도 "당일 연락 시도가 통화 내역으로 얼마나 남아 있는지, 관리인이 당시 상황을 어떻게 진술해줄 수 있는지에 따라 경위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처벌 가능성 높지만…'선의의 동기'는 선처 이끌어낼 유리한 카드
비록 주거침입죄 성립 가능성은 높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지 않거나 가벼운 처분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범죄나 괴롭힘이 아닌, 순수하게 안전을 확인하려 한 '선의'가 양형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민철 변호사는 "범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곧 무거운 처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침입 목적이 순수한 구조와 확인에 있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입증해,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 등 최대한의 선처를 받아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당시 사다리를 빌려준 건물 관리인의 증언, 전날 택시비를 챙겨준 정황, 진입 직후 직원의 상태만 확인하고 즉시 사과하며 퇴거한 사실 등이 악의적인 고의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매우 유리한 양형 자료가 된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쉴드 남천우 변호사 역시 "직원이 전날 과음한 상태였고 수 시간째 연락이 두절됐으며, 휴대전화까지 꺼져 있었던 점에서 안전 확인을 위한 행위였다는 주장이 가능하다"며 "들어가자마자 사과하고 즉시 퇴거했다는 점 등은 불법 목적이 없었음을 뒷받침하는 사정"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