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2억 안 갚으려 위장 이혼…사실혼 입증해 재산 되찾을 수 있을까?
10년간 2억 안 갚으려 위장 이혼…사실혼 입증해 재산 되찾을 수 있을까?
채무자, 판결 직후 이혼하고 전 배우자 명의로 재산 이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014년 약 2억 원에 대한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채무자는 이혼한 배우자 명의로 모든 재산을 돌려놓고 아직까지 변제를 회피하고 있습니다.”
10년간 2억을 받지 못한 채권자가 위장 이혼으로 의심되는 채무자의 재산을 되찾을 마지막 희망으로 ‘사실혼 관계 입증’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변호사들은 제한적이나마 방법이 존재한다고 조언하면서도, 험난한 증명 과정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위장 이혼’에 막힌 2억 채권
사건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채권자 A씨는 2014년, 채무자 B씨를 상대로 약 2억 채무에 대한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B씨는 판결 직후 배우자와 이혼하고 모든 재산을 전 배우자 명의로 이전하며 채무 변제를 회피하기 시작했다.
A씨는 B씨와 그의 전 배우자를 형사 고소하고 민사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전 배우자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를 무효로 하는 ‘사해행위 취소소송’ 역시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버렸다.
A씨가 할 수 있는 일은 10년이 다 된 채권의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것뿐이었다. 시간은 흘렀지만, B씨는 여전히 전 배우자와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혼 입증하면 돈 받을 수 있을까?
사실혼이란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부부로서 공동생활을 하는 관계를 의미한다. 변호사들은 이 사실혼 관계를 고리로 채무를 변제받을 몇 가지 길을 제시했다.
이재희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현재 사실혼 관계에 있고 같은 집에 살고 있는 것이 맞다면, 부부가 점유하고 있는 물건은 부부 공유로 추정된다”며 “해당 판결문으로 유체동산 집행(집안의 가전제품, 가구 등 동산을 압류하는 절차)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이 함께 사는 집의 물건들을 압류해 채권을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최인영 변호사(소리법률사무소)는 더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최 변호사는 “사실혼 관계 입증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제한적”이라면서도 “만약 전 배우자 명의의 재산이 실제로는 채무자의 것이고 이름만 빌린 ‘명의신탁’ 재산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재산의 반환을 청구해 강제집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는 유체동산을 넘어 부동산이나 사업체 같은 핵심 자산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이지만, 명의신탁 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남는다.
한집살이 증거, 어떻게 찾아야 하나
결국 관건은 ‘증거’다. 법원은 단순히 동거하는 것을 넘어, 경제적 공동체로서 부부와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는 점을 입증하길 요구한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사실혼 관계는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이재희 변호사는 실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이 변호사는 “집행관이 현장에서 우편물 수령 내역이나 이웃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동거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거주자 확인을 요청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률상 이혼한 부부가 여전히 함께 산다면 사실혼 관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외에도 변호사들은 ▲두 사람이 부부처럼 함께 찍은 사진이나 영상 ▲주변 지인들의 증언 ▲공동 생활비 계좌 내역 ▲경조사에 부부 동반으로 참석한 기록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사실혼을 입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