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역대급 태풍…천재지변 피해는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법원의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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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남노' 역대급 태풍…천재지변 피해는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법원의 판단은

2022. 09. 05 15:30 작성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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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지변은 보험사도 무조건 면책? 판결문 살펴보니

태풍 속 노상에 차 세웠다가 파손된 경우도⋯법원 "피해 보상해줘야"

북상 중인 제11호 태풍 '힌남노'에 전국이 긴장하고 있다. 흔히 태풍이나 홍수 같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사고는 민사상 책임이 '면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판결문을 보면 '역대급 태풍'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법적 책임이 사라지는건 아니었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북상 중인 제11호 태풍 '힌남노'에 전국이 긴장하고 있다. '힌남노'는 지난 2003년 전국에서 사상자 130명과 4조원대 재산 피해를 일으킨 태풍 '매미'보다 강력하거나 유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대 풍속은 40~60㎧(시속 145~215㎞)로 강도는 '매우 강'이다. 이는 사람이나 바위가 날아갈 수준을 뜻한다.


지난 4일, 기상청은 '힌남노' 예상 경로와 함께 역대 태풍 피해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이 숫자들 하나하나에 많은 사람의 슬픔과 회한이 담겨있다"면서 "정말 강한 바람과 많은 비가 예상되니 철저히 대비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게끔 철저한 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엔 어떻게 조치를 취해야 할까? 흔히 태풍이나 홍수 같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사고는 민사상 책임이 '면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판결문을 보면 무조건 모든 법적 책임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지난 4일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제주도 서귀포 해안에 파도가 치고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제주도 서귀포 해안에 파도가 치고있다. /연합뉴스


노상에 세워둔 차 파손시킨 태풍⋯차주가 보상받을 수 있었던 까닭

대표적인 분쟁 사례는 노상(길거리)에서 태풍 피해가 발생한 경우다. 건물이나 유료 주차장처럼 관리 책임자가 명백히 존재하지 않는 데다, "태풍에 길가에 차를 세운 사람이 문제"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경우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지난 2019년 9월, 태풍 '링링'이 상륙했을 당시, 차주 A씨는 노상에 주차를 했다가 차량이 파손되는 사고를 입었다. 강풍으로 인해 인근 건물에서 비 가림창이 떨어졌기 때문. 이에 대해 건물주 B씨 측은 "차주 A씨가 안전한 곳에 주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했는데,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5월, 인천지법은 "우리나라는 매년 심한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을 겪고 있다"며 "건물 관리자로서는 태풍으로 인해 비 가림창이 떨어져 주변 차량에 위험을 가하는 일이 없도록, 사전 점검과 안전조치를 할 의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태풍을 원인으로 보더라도 건물주 측 책임이 80%는 된다"며 A씨 측에 약 600만원을 보상하도록 했다.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가운데 지난 4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시가지가 침수됐다. /연합뉴스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가운데 지난 4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시가지가 침수됐다. /연합뉴스


같은 달 서울중앙지법에서도 차주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20년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피해를 본 C씨 사건이다. C씨 역시 노상에 차를 세워뒀다가, 아파트 단지 내 심어져 있던 나무가 바람에 쓰러지면서 피해를 입었다.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측은 태풍 관련 안내문을 게시판에 붙이고,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 방송도 여러 차례 한 상태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런 경우에도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은 "최대 풍속이 39㎧로 매우 강하긴 했다"면서도 "이 정도 바람은 우리나라 기후 여건상 예상하기 어려운 정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나무가 꺾이거나 부러져 주변에 위험을 가하지 않도록 안전 조치를 했어야 한다"며 아파트 측에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에 C씨 측 보험사가 부담한 보험금 중 30%에 해당하는 150만원 가량을 책임지도록 했다.


두 판례를 종합해보면, 출입이 금지·통제된 지역을 고의로 들어간 게 아닌 한 천재지변일지라도 무조건 피해에 따른 책임이 '면책'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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