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있었잖아" 항변해도 강간죄 성립? '아프다'는 거절 무시한 성관계의 법적 리스크
"의식 있었잖아" 항변해도 강간죄 성립? '아프다'는 거절 무시한 성관계의 법적 리스크
'단순 의식 유무'보다 '저항 가능 상태'가 핵심
섣부른 사과는 유죄 증거될 수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정신과 약물 복용과 음주 후유증으로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상대와 성관계를 가진 A씨가 법적 위기에 처했다. A씨는 상대방이 완전히 의식을 잃은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을 들어 강제성을 부인하고 있으나, 법조계 전문가들은 '항거불능' 상태에 대한 법리적 해석을 근거로 중형 선고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보낸 사과 메시지가 혐의를 인정하는 결정적 자백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명시적 거부와 신체적 무력감, '강제성' 인정의 단초
사건 당시 상대방은 며칠간 이어진 음주와 평소 복용하던 정신과 약물의 복합 작용으로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다. 극심한 어지러움과 구토 증세를 보이며 "아프다", "속이 안 좋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명했고, 관계 시도 과정에서 신체적으로 밀쳐내는 등 거부 반응을 보였다.
A씨는 상대방이 의식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했으나, 법률 전문가들은 이를 위험한 오판이라고 지적한다. 피해자가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는 신체적·정신적 무력 상태에 있었다면, 의식 유무와 관계없이 '항거불능' 상태로 평가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의식보다 저항 가능성 중요"... 수사 전문가의 냉철한 분석
경찰 출신으로 13년간 여성청소년범죄수사팀장을 역임한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이번 사안을 법리적으로 엄중하게 분석했다. 최 변호사는 "강간 또는 준강간죄 성립에서 피해자가 의식을 완전히 잃었는지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라며 "법원은 심리적·물리적으로 저항이 '현저히 곤란한 상태'였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즉, 정신과 약물과 알코올 잔류 성분이 결합하여 피해자의 판단력이나 대응 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렸다면, 이는 형법 제299조가 규정하는 준강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당시 피해자가 호소한 구토와 어지러움은 단순한 불쾌감이 아니라, 실질적인 저항이 불가능했음을 뒷받침하는 의학적 정황 증거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섣부른 사과 메시지, 방어권 행사의 '족쇄' 될 위험
가해자의 사후 대응 역시 법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법무법인 영웅의 박진우 변호사는 상대방의 거부 의사를 무시한 행위 자체가 이미 폭행 또는 협박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싫다, 아프다'는 의사를 인지하고도 관계를 강행했다면, 그 과정에서 가해진 유무형의 압력이 강간죄의 성립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A씨가 사건 이후 보낸 사과 메시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박 변호사는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는 취지의 사과는 수사기관에서 가장 강력한 '자백 증거'로 활용된다"며 "피의자가 당시 상황을 어떻게 인식했는지와 무관하게, 사과 행위 자체가 혐의를 인정하는 정황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적 리스크 관리, 객관적 자료 확보가 관건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피해자의 상태가 법적으로 '항거불능'에 해당했는지, 그리고 A씨가 이를 인지하고도 이용했는지 여부다. 법조계는 피해자의 약물 복용 기록, 사건 전후의 이동 경로 및 통화 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은 성범죄 사건의 경우 초기 진술과 대응 방향이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감정적 대응보다는 냉철한 법리적 방어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