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여고생'인 줄 알았더니…'합의금 헌터'의 덫
'18세 여고생'인 줄 알았더니…'합의금 헌터'의 덫
역고소 가능? 변호사들 "사기죄" 한목소리, '불능미수' 변수도

한 남성이 오픈채팅에서 미성년자로 사칭한 '헌터'와 성적인 대화를 한 후 고소 협박으로 돈을 뜯겼다. / AI 생성 이미지
오픈채팅에서 만난 '18세 여고생'과 성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고소 협박으로 200만 원을 뜯겼다.
뒤늦게 상대가 미성년자를 사칭한 성인 남성 '헌터'임을 알게 된 남성. 과연 그는 억울한 피해자일까, 아니면 처벌받아야 할 가해자일까?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명백한 사기라는 쪽으로 모아졌지만, 역고소 과정에서 불거질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파트너 할래?' 한마디에 날아온 고소장…200만원 뜯겼다
사건의 발단은 A씨가 '18여'라는 제목의 오픈채팅방에 들어가면서부터다. 그는 상대가 미성년자임을 인지한 상태에서 "야한 거 좋아해?", "파트너 할래?" 등 성적인 대화를 건넸다.
상대는 개인톡으로 대화를 옮긴 뒤, 온라인 성범죄 신고(ecrm) 접수 화면을 캡처해 보내며 고소하겠다고 압박했다.
겁을 먹은 A씨는 결국 합의금 200만 원을 보내고 합의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방이 미성년자를 사칭해 상습적으로 합의금을 노리는 '헌터'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법적 대응을 고민하게 됐다.
"명백한 사기" vs "신중해야"…변호사 의견은?
A씨의 사연에 대해 대다수 법률 전문가는 '사기' 또는 '공갈'의 명백한 피해자라고 입을 모았다.
19년 차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는 "상대방이 성인 남성임에도 미성년자임을 사칭하여 합의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이라면,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사건의 본질은 사기죄이고 귀하는 사기 피해자이므로, 귀하를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입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라고 단언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와 법률사무소 수훈 이진규 변호사 역시 각각 공갈로 고소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섣부른 대응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경태 변호사는 "실제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이 미성년자를 사칭하여 금전을 갈취한 것은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역고소 시 당시 대화 내용이 증거로 제출될 경우, 비록 상대가 실제로는 성인이었더라도 의뢰인께서 미성년자로 인식하고 대화를 나눈 정황이 드러나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조기현 변호사 역시 A씨의 행위가 처벌될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그는 "이른바 불능미수에 해당하는 바, 법리적으로는 처벌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불능미수는 형을 임의적으로 감경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즉, 처벌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지적했다.
법원 판례는 명확…"실제 아동 없으면 처벌 안 해"
변호사들의 의견이 다소 엇갈리지만, 법원의 판례는 비교적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법률 분석 자료에 따르면, 아동복지법 위반죄가 성립하려면 보호 대상이 '실제 아동'이어야 한다.
이 사건처럼 상대방이 성인이라면 범죄의 객체가 존재하지 않아 아동복지법 위반은 성립하지 않는다. 설령 A씨의 행위를 '미수범'으로 보더라도, 현행 아동복지법에는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다.
실제 하급심 판결들은 일관되게 '헌터'들의 사기죄를 인정하고 있다.
광주지방법원은 미성년자 여성으로 사칭해 합의금을 뜯어낸 사안에 대해 사기죄 및 공갈미수죄 유죄를 선고했으며(2023고단2064),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2022고단382) 등 다수의 판결 역시 같은 취지다.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대화 내용, 합의금 송금 내역 등을 철저히 증거로 확보해 사기 또는 공갈죄로 적극적인 역고소를 진행할 것을 조언했다.
특히 상대가 '유명 헌터'일 경우, 다른 피해자들과 연대하여 고소하면 상대의 상습성을 입증해 더 무거운 처벌을 이끌어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