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10% 현금으로 더 주세요" 사장님, '법적조치' 협박…불송치 결정, 뒤집힐까?
"부가세 10% 현금으로 더 주세요" 사장님, '법적조치' 협박…불송치 결정, 뒤집힐까?
경찰, "세무사 조언받아 고의 없어", "실제 공포 안 느껴" 이유로 사기·공갈미수 모두 '혐의없음'

카드 결제 후 부가세를 현금으로 요구하고 협박한 학원 원장이 사기·공갈미수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 AI 생성 이미지
강습비를 카드로 결제한 A씨는 학원 원장 B씨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카드 결제액의 10%, 즉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금으로 따로 달라는 것이었다. 이미 카드값에 부가세가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A씨는 B씨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B씨의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얼마 후 B씨는 과거 A씨가 현금으로 냈던 강습비에 대한 부가세를 내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심지어 전화번호를 3~4차례 바꿔가면서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
결국 A씨는 B씨를 사기와 공갈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두 혐의 모두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사건을 검찰에 보내지 않고 종결(불송치)했다. A씨는 이 결정을 뒤집을 수 있을까?
경찰, "세무사 조언 믿었다", "공포 안 느꼈다"며 '혐의없음'
경찰이 B씨의 혐의가 없다고 본 근거는 무엇일까? 우선 사기 혐의에 대해선 B씨에게 '편취의 고의(상대방을 속여 재물을 빼앗으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B씨가 "세무사에게서 부가세 징수가 가능하다고 조언받아 그렇게 판단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갈미수 혐의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이 실제 공포심을 느꼈다고 보기 어렵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B씨의 번호를 모두 차단한 점 등을 근거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경찰이 B씨의 주장과 정황을 대부분 인정한 상황에서, A씨가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해 결과를 뒤집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변호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변호사들 "이의제기 실익 충분…특히 공갈미수는 경찰의 법리 오해"
변호사들은 이의신청을 통해 불송치 결정을 다투어 볼 실익이 충분하다고 봤다. 특히 공갈미수 혐의에 대한 경찰의 판단은 법리적으로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법무법인 창세 민신혜 변호사는 "공갈미수는 이의신청 가치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민 변호사는 "미수죄에서는 피해자가 실제 공포심을 느꼈는지가 결정적이지 않다는 판단도 있다"며, "금전을 요구하며 법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메시지를 번호까지 바꿔 3~4회 보냈다면, 객관적으로 겁을 먹게 할 정도의 해악 고지인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 역시 "피의자의 법적 조치 고지가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않는 수준의 해악 고지에 해당하는지 법리적으로 다투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뢰인님이 번호를 차단한 행위 자체가 심리적 압박감과 공포심의 발로임을 소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경찰 판단을 뒤집을 여지가 있다고 봤다. B씨의 "세무사 조언을 들었다"는 주장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청 김희원 변호사는 "카드 결제 금액에 당연히 부가세 부분이 포함되는 것은 통상 사업자라면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며 "세무사의 언급이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가 상당히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즉, B씨가 부가세가 이중 청구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돈을 요구했다면 사기죄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불송치 결정서 반박할 '객관적 증거' 보강해야…민사소송 병행도 방법
변호사들은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려면 경찰의 불송치 결정 이유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존 주장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결과를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한강 이주한 변호사는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기존 주장만 반복하는 것으로는 결과가 바뀌기 쉽지 않다"며 "경찰 판단의 전제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객관적인 추가 자료 확보가 필수적이다. 사기 혐의는 카드 전표에 부가세가 어떻게 표기됐는지, 다른 피해자는 없는지 등을, 공갈미수 혐의는 B씨가 보낸 문자 원본과 번호를 바꿔가며 연락한 기록 등을 보강해야 한다.
형사 절차와 별개로 민사소송을 함께 진행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혔다. 더신사 법무법인 장휘일 변호사는 "이의제기만 고집하기보다 민사상 부당이득 반환이나 손해배상, 세무 쟁점의 분리 대응까지 함께 보는 편이 낫다"며 "형사에서는 고의와 공포심을 보강할 자료가 약하면 한계가 있지만, 민사에서는 금전 수수의 근거와 반환 필요성을 별도로 다툴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