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약인 줄 알았는데"... 중국산 진통제서 마약 성분 검출, 3년간 7천만원 챙겨
"만병통치약인 줄 알았는데"... 중국산 진통제서 마약 성분 검출, 3년간 7천만원 챙겨
해경, 귀화 중국인 등 일당 검찰 송치
1만 7천 정 압수하고 '마약류 관리법' 적용

A씨 주거지에서 압수한 의약품 /연합뉴스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을 상대로 '만병통치약'처럼 팔려나가던 중국산 의약품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단순한 보따리상 수준의 밀수가 아니라, 향정신성의약품을 유통한 중대 범죄로 드러났다.
서귀포해양경찰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및 약사법 위반 혐의로 50대 귀화 중국인 A씨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30대 B씨를 각각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위챗으로 은밀하게 거래된 '수상한 약'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A씨는 지난 2022년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약 3년간 범행을 이어왔다. 그는 중국의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WeChat)'을 범죄의 창구로 활용했다. 국내에 체류 중인 중국인들이 한국 병원 이용에 어려움을 겪거나 익숙한 자국 약품을 선호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A씨는 중국에서 들여온 의약품을 구매가보다 3~4배 비싼 가격에 되팔았다. 이를 통해 매달 200만 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해경 조사 결과 드러났다. 함께 적발된 B씨 역시 귀화한 중국인으로, 한 차례 의약품 불법 판매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덜미는 지난 5월 잡혔다. 해경이 불법 의약품을 판매하던 다른 불법 체류 중국인을 구속 수사하는 과정에서 A씨 일당의 추가 범죄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해경은 A씨의 주거지를 급습해 보관 중이던 중국산 의약품 1만 7천여 정을 전량 압수했다.
진통제 속에 숨겨진 '마약의 뇌관', 페노바르비탈
이번 사건이 단순 무허가 의약품 판매를 넘어선 이유는 압수된 약품의 성분 때문이다. A씨가 '진통제'라며 판매한 약품에서는 '페노바르비탈(Phenobarbital)' 성분이 검출됐다.
페노바르비탈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바르비탈류 약물로, 진정 및 항경련 효과가 있으나 오남용 시 신체적·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킬 수 있어 국내법상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엄격히 분류된다. 의사의 처방 없이 이를 매매하거나 소지하는 것은 명백한 마약류 범죄에 해당한다.
약사법 아닌 '마약사범'으로 처벌 무게 실려
이번 사건의 법적 핵심은 A씨에게 단순 약사법이 아닌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무허가 의약품 판매는 약사법 제44조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취급한 물품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확인될 경우 처벌 수위는 대폭 상향된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0조에 따르면, 마약류 취급자가 아님에도 향정신성의약품을 매매하거나 판매 목적으로 소지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A씨가 3년 가까이 범행을 지속해 온 점을 들어 '상습성'이 인정될 경우, 형량이 가중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범죄 수익 전액 추징 예고
수사 당국은 처벌뿐만 아니라 범죄 수익 환수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마약류 관리법은 범죄로 인해 얻은 물건이나 수익을 몰수하고, 몰수가 불가능할 경우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가 월 200만 원의 수익을 3년 가까이 올린 점을 감안하면, 추징금 규모는 약 7천2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압수된 1만 7천 정의 의약품 역시 전량 폐기 처분될 예정이다.
해경 관계자는 국민 보건에 악영향을 끼치는 의약품 불법 판매 행위에 대해 끈질기고 엄정한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약품 거래로 생각했던 행위가 마약 사범이라는 무거운 꼬리표로 돌아오게 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