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캄보디아→수원 오가며 740억 도박판... 왜 징역 1년에 집행유예였나
[단독] 캄보디아→수원 오가며 740억 도박판... 왜 징역 1년에 집행유예였나
시아누크빌 거점 해외 조직부터 수원 오피스텔까지
광범위한 범행에도 법원이 '집행유예' 선처 내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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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한 리조트.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천문학적인 돈이 오갔다.
불과 3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이들이 주무른 판돈만 740억 원. 국내로 장소를 옮긴 뒤에도 13억 원 규모의 도박판을 벌였다.
이 거대한 '검은 돈'의 흐름 한가운데 있었던 직원 A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천문학적인 도박 자금을 관리하며 범죄의 핵심 부품으로 기능했던 그에게 법원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라는 의외의 판결을 내렸다. 수사망을 피하기 어려운 해외 범죄 조직원이었던 그가 실형을 면할 수 있었던 법적 쟁점은 무엇일까.
캄보디아 리조트 24시간 풀가동, 기업형 조직의 실체
사건의 발단은 2024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위치한 모 리조트에 한국인들이 모여들었다. 총책 B씨를 필두로 자금 관리 실장, 홍보를 담당하는 총판, 그리고 실무를 담당할 직원들까지 체계적인 위계 질서를 갖춘 이른바 '기업형 도박 조직'이었다.
피고인 A씨는 이곳에서 '직원' 역할을 맡았다.
이들의 수법은 치밀했다. 바카라, 슬롯 등 불법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여러 개 개설한 뒤, 국내 성인 PC방 등을 통해 회원을 모집했다.
A씨를 포함한 직원들은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며 회원들이 입금한 도박 자금을 게임머니로 충전해주거나, 배당금을 환전해주는 업무를 담당했다.
법원에 따르면 이들이 2024년 3월부터 6월까지 약 3개월간 캄보디아 사무실에서 입금받은 도박 자금은 총 740억 2,364만 원에 달했다. 입금 횟수만 6만 7백여 회에 이르는 초대형 규모였다.
"장소만 바꿨다" 국내 잠입 후 계속된 범행
A씨의 범행은 해외에서 끝나지 않았다. 캄보디아 조직 활동이 종료된 후인 2025년 1월, 그는 무대를 한국으로 옮겼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의 한 오피스텔에 다시 도박사이트 사무실이 차려졌다.
이번에는 국내 운영진 K씨 등과 공모하여 2025년 3월까지 약 두 달간 '00 카지노' 등의 사이트를 운영했다.
해외 때보다는 규모가 줄었지만, 이 기간에도 2,300여 회에 걸쳐 13억 5,500만 원 상당의 도박 자금을 입금받고 관리했다. 캄보디아와 한국을 오가며 1년 가까이 불법 도박장의 '은행' 역할을 자처한 셈이다.
740억 규모 범죄, 왜 집행유예인가?
창원지방법원 형사단독 재판부는 도박공간개설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80시간의 사회봉사와 2,667만 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통상적으로 수백억 원대 도박 사이트 운영에 가담한 경우, 사회적 해악과 중독성을 고려해 엄한 처벌이 내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해외에 서버와 사무실을 둔 경우 죄질을 더 나쁘게 본다.
그렇다면 재판부는 왜 A씨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었을까. 판결문에 나타난 양형의 핵심 참작 사유는 크게 두 가지다.
1. "잡히기 전 손 들었다"… 결정적인 자수 의사
재판부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A씨의 태도였다. A씨는 수사기관에 체포되기 전 자수 의사를 밝혔다. 법원은 "피고인이 체포 전 자수 의사를 밝혔고,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양형의 유리한 사유로 명시했다. 범죄 사실이 발각되기 전이나 수사망이 좁혀올 때 자발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이 '구속'을 '석방'으로 바꾼 결정적 열쇠가 된 것이다.
2. "돈은 많이 만졌지만 내 돈은 아니었다"
74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도박 자금이 오갔지만, 이는 조직 전체의 판돈일 뿐 A씨 개인이 챙긴 수익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재판부는 A씨가 운영을 주도하고 지분을 챙기는 '총책'이 아닌, 지시를 받고 월급을 받는 '단순 가담자(직원)'라는 점을 인정했다.
"피고인은 단순 가담자로서 범죄 수익이 크지 않고, 이 사건으로 5개월여 구금되어 있으면서 자숙의 시간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판결문 중)
실제로 법원이 A씨에게 추징한 금액은 약 2,667만 원이다. 이는 A씨가 범행 기간 동안 급여 명목 등으로 얻은 실제 수익으로, 전체 도박 규모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재판부는 "도박공간 개설 범행은 마약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사람들을 중독에 빠뜨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A씨가 초범인 점과 5개월간의 구금 생활을 통해 충분히 반성했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사회 복귀의 기회를 부여했다.
결국, 거대 범죄 조직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하더라도 본인의 역할을 명확히 소명하고,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자발적으로 협조하며 반성의 기미를 보인 것이 실형을 면하게 한 결정적 전략이었던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