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자료 합의하고 안 본다더니… 상간녀와 살림 차린 남편, 재소송 가능할까
위자료 합의하고 안 본다더니… 상간녀와 살림 차린 남편, 재소송 가능할까
위자료 2000만원 합의 후, 보란 듯이 동거 시작
변호사 "합의 후 만남은 별개"
추가 소송 가능하지만, 사적 복수는 위험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는 각서에 도장을 찍고, 위자료 2000만원까지 건넸다. 이 돈이면 가정이 다시 평온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믿음은 남편의 가출로 산산조각 났다.
40대 여성 A씨의 사연이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두 아이를 둔 A씨는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눈을 딱 감았다. 남편은 "다신 안 그러겠다"고 빌었고, 상간녀와는 위자료 합의까지 마쳤다. 그런데 합의 직후, 남편은 짐을 싸서 집을 나갔다. 알고 보니 그는 헤어지기로 했던 상간녀와 동거를 시작한 상태였다.
더 기가 막힌 건 상간녀 역시 가정이 있는 유부녀라는 사실이었다. 상간녀의 남편은 아내의 외도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A씨는 "밤마다 상간녀의 남편을 찾아가 폭로하거나, 시댁에 알려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약속을 어긴 그들에게 법적 책임을 다시 물을 수 있을까. 그리고 A씨가 생각하는 폭로는 법적으로 안전할까. 24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한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박선아 변호사가 법적 쟁점을 따져봤다.
합의했는데 또 소송? "새로운 불법행위라 가능"
A씨는 이미 상간녀로부터 위자료 2000만원을 받고 합의했다. 보통 합의서에는 '향후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남편과 살림을 차린 상간녀에게 돈을 더 달라고 할 수는 없는 걸까.
박선아 변호사는 "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과거 합의가 미래 불륜까지 용서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대법원은 손해배상 합의의 효력이 합의 당시까지의 불법행위에만 미친다고 보고 있다"며 "합의서에 '향후 일체의 부정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특약이 없었다면, 합의 이후의 만남은 새로운 불법행위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즉, A씨는 상간녀를 상대로 2차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상간녀 측에서 "이미 남편이 집을 나와 혼인이 파탄 난 상태였으니 책임이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 변호사는 "법원은 혼인 파탄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한다"며 "A씨의 경우 자녀 양육과 생활비 지급 등 혼인 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었기에 파탄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상간녀 남편에게 알린다"... 속 시원하려다 전과자 될 수도
문제는 A씨의 끓어오르는 분노다. A씨는 상간녀의 남편이나 시댁에 이 사실을 알리고, 상간녀의 직장이나 집으로 찾아가 망신을 주고 싶다고 했다. 심정적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변호사는 "절대 해선 안 될 행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다. 우리 법은 설령 그 내용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이 아닌 비방의 목적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처벌한다.
박 변호사는 "불륜 사실을 알리는 건 상간녀의 사회적 평판을 떨어뜨리는 행위이고, 이를 상간녀의 남편이나 시댁에 알리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A씨가 본인의 시댁에게 남편의 외도를 알리는 건 괜찮을 수 있다. 박 변호사는 "시부모님의 경우, 아들의 치부를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가능성이 작아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찾아가서 따지는 것도 안 돼... 스토킹 처벌 위험
직접 찾아가거나 연락해 "내 남편 돌려내라", "다시 만나지 마라"고 경고하는 건 어떨까. 이 또한 위험하다. 자칫하면 '스토킹 처벌법' 위반으로 몰릴 수 있다.
박 변호사는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반복적으로 접근하거나 연락해 불안감을 조성하면 스토킹으로 간주된다"며 "최근 판례는 피해 회복을 위한 목적이라도 스토킹의 위법성이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내 남편에게 알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행위 역시 형법상 '협박죄'가 될 수 있다.
결국, A씨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은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법대로 하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직접 찾아가서 경고하는 것보다는, 합의 이후의 부정행위에 대해 추가적인 상간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