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의 '맞고소' 전쟁…주거침입 신고에 '불법촬영' 역공
헤어진 연인의 '맞고소' 전쟁…주거침입 신고에 '불법촬영' 역공
집에 몰래 들어온 옛 연인 신고했다가 성범죄 고소당한 남성…법조계 '촬영된 영상 내용이 유무죄 가를 것'

옛 연인의 주거침입을 홈캠으로 확인 후 신고한 남성이 '불법 촬영' 혐의로 맞고소당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홈캠에 잡힌 옛 연인의 침입, 경찰 신고가 '성범죄자'라는 맞불로 돌아왔다.
한 남성이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헤어진 연인이 자신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한 사실을 홈캠으로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하자, 며칠 뒤 '불법 촬영' 혐의로 맞고소를 당한 것이다. 주거침입 피해자로 시작된 사건이 순식간에 자신을 성범죄 피의자로 만들었다.
홈캠 속 옛 연인…신고가 '맞고소' 불렀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남성 A씨는 관계가 끝난 지 한참 된 전 연인 B씨가 어느 날 밤,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 허락 없이 들어온 사실을 알게 됐다. 바깥에 있던 A씨는 집 안에 설치된 홈캠을 통해 이 장면을 목격하고 B씨를 야간 주거침입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B씨는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A씨가 과거 자신의 자는 모습을 몰래 촬영했다며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맞고소하며 사건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A씨는 "B씨가 먼저 시끄럽게 잔다며 내 자는 모습을 찍었기에 나도 찍어둔 것"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자는 모습' 찍었을 뿐인데…성범죄 될까?
법조계는 A씨의 불법촬영 혐의 성립 여부가 '촬영된 영상의 내용'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 촬영했을 때 성립한다.
법무법인 웨이브의 이창민 변호사는 "단순히 자는 모습을 찍은 것이라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옷을 탈의한 상태로 자고 있어 신체가 그대로 촬영된 경우라면 혐의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옷을 입은 채 평범하게 자는 모습이라면 무죄 가능성이 있지만, 신체 노출이 있었다면 유죄로 판단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너도 찍었잖아' 항변, 법정선 안 통한다"
A씨가 내세우는 "상대방이 먼저 나를 찍었다"는 주장은 법정에서 얼마나 효력이 있을까. 변호사들은 이 주장이 A씨의 촬영 행위를 정당화해주지는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상대가 먼저 촬영했다고 질문자의 행위가 정당화 되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경찰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 역시 "상대방이 먼저 촬영했다는 사실은 정상참작 사유는 될 수 있으나, 위법성을 없애는 사유(위법성 조각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상대의 잘못이 나의 불법 행위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주거침입 vs 불법촬영, 엇갈린 혐의의 향방은?"
결국 두 사건은 별개로 다뤄질 전망이다. B씨의 야간 주거침입 혐의는 홈캠 영상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 유죄 가능성이 높다. 반면 A씨의 불법촬영 혐의는 앞서 언급됐듯 영상의 수위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
법률사무소 장우의 이재성 변호사는 "야간 주거침입으로 신고당한 것에 대한 보복성 신고라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B씨의 고소 동기가 순수하지 않다는 점을 부각해 진술의 신빙성을 다퉈야 한다는 전략이다.
이창민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불법촬영 부분에 대해 무혐의를 받으면 (상대방을) 무고죄로 고소해 보는 것 역시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얽히고설킨 '맞고소' 사건이 또 다른 법적 다툼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두 개의 형사사건이 동시에 진행되는 복잡한 사안인 만큼, 초기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증거를 확보하고 일관된 진술로 수사에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