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사장님이 됐다" 공무원 명의도용 분양사기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나도 모르게 사장님이 됐다" 공무원 명의도용 분양사기

2026. 05. 15 12:1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계약금 대납 미끼, 해지 요구에 3천만원 '축하금' 폭탄

‘공짜 분양’에 계약한 공무원이 중도금 대출이 막혀 해지를 요구했으나, 시행사와 분양대행사로부터 협박을 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공짜 분양"이라는 달콤한 제안에 서명한 공무원 C씨. 중도금 대출이 막혀 해지를 요구하자 시행사는 3050만 원의 축하금 반환과 가압류를 협박했다.


그러나 분양대행사가 C씨 몰래 사업자등록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법조계는 "명백한 기망행위로 계약 취소 사유"라며 C씨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계약금 내주겠다"는 약속, 3천만원 빚으로 돌아오다


사건의 발단은 2025년 2월, 분양대행사(B사)의 전화 한 통이었다. 친구와 함께 모델하우스를 찾은 공무원 C씨는 B사로부터 "계약금 전액 대납 및 추후 전매 시 수익률 7대 3 배분"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받았다. 계약 생각이 없었지만 '내 돈 안 드는 계약'이라는 말에 결국 모든 서류에 서명했다.


하지만 장밋빛 약속은 곧 악몽으로 변했다. 2025년 6월로 예정됐던 중도금 대출은 계속 밀려 2026년 4월에야 시행됐고, C씨는 신용점수 문제로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감당할 수 없는 계약이라 판단한 C씨가 시행사(A사)에 해제를 요구하자, A사는 돌연 "계약 축하금으로 지급했던 3050만 원을 반환하지 않으면 해지해주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심지어 "축하금 반환 없이 해지 시 가압류를 걸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C씨는 축하금을 구경조차 한 적이 없었다. 그 돈은 B사가 대납한 계약금에 대한 축하금 명목으로, 오히려 B사가 C씨로부터 이미 받아간 돈이었다.


공무원인데 '유령 사장님'으로…드러난 명의 도용의 덫


엎친 데 덮친 격으로, C씨는 B사가 자신의 동의 없이 멋대로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고 계약금을 C씨 사업자의 수입으로 처리했다는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했다. 공무원 신분인 C씨에게는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는 치명적인 문제였다. C씨가 이 문제로 항의했던 당시의 대화는 녹음 파일로 남아 있었다.


궁지에 몰린 C씨에게 A사와 B사는 공동으로 "유명한 변호사들 동행해도 계약 해제한 계약자 단 한 명도 없었다. 뭐가 리스크가 더 큰지 생각해 보라"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법률구조공단 역시 "손실 없이 계약을 해제할 방법은 없다"는 비관적인 답변을 내놓아 C씨를 절망에 빠뜨렸다.


"명백한 기망, 계약 취소 사유"…변호사들, '무단 사업자 등록'에 주목


하지만 다수의 변호사들은 B사의 '무단 사업자 등록'이 사건의 판도를 뒤집을 핵심 열쇠라고 입을 모았다. 단순한 계약 분쟁이 아닌, 명백한 '사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진훈 변호사(법무법인 쉴드)는 "대행사가 시행사의 모집 대리 범위에서 허위·과장 설명과 무단 사업자등록을 했다면, 민법 제110조(사기취소), 제125조(표현대리), 제756조(사용자책임)로 시행사에 책임을 물어 계약을 취소할 여지가 큽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취소 시 원상회복 원칙상 의뢰인님이 실제로 받은 이익이 없으므로 축하금 반환 의무는 대행사에게 귀속된다고 다툴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상훈 변호사(법무법인 도모)는 "공무원 신분임에도 임의로 사업자 등록을 강행한 행위는 분양 계약의 성립 과정에서 본질적인 기망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크며, 이는 단순한 변심에 의한 해제가 아닌 계약 취소 사유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시행사의 축하금 요구에 대해서도 "시행사 측이 요구하는 축하금 반환은 대행사와의 내부적 정산 문제일 뿐, 이를 귀하에게 전가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습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동훈 변호사(클리어 법률사무소)는 B사의 행위가 더 심각한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여기서 유의하셔야 할 주요 쟁점은 분양대행사가 공무원 신분인 의뢰인님의 동의 없이 임의로 개인사업자를 등록한 불법적인 행위입니다. 이는 사문서위조 등에 해당할 여지가 크며, 공무원의 영리업무 금지 의무 위반이라는 약점을 잡아 의뢰인님을 옥죄려는 숨겨진 의도가 다분합니다"라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주문했다.


변호사들은 C씨가 확보한 녹음 파일과 계좌이체 내역이 결정적 증거가 될 것이라며, 부당한 가압류 위협에 맞서 금전적 손실 없이 계약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