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수건 남탕은 공짜, 여탕은 천원? 인권위 "명백한 성차별"
목욕탕 수건 남탕은 공짜, 여탕은 천원? 인권위 "명백한 성차별"
업주 "여성들이 수건 자주 훔쳐가서"
인권위 "성 고정관념 기반한 차별"

경북의 한 목욕탕이 여성 고객에게만 수건 요금을 받았다가 인권위로부터 “명백한 차별” 판정을 받았다. /셔터스톡
경북의 한 목욕탕, 입장료 9천 원은 남녀가 같았다. 하지만 한 여성 고객의 발걸음은 계산대 앞에서 멈춰 섰다. 남성 탈의실 바구니엔 수건이 쌓여있었지만, 여성 고객에게는 "수건을 쓰려면 1천 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는 안내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목욕탕 업주의 항변은 완강했다. 그는 "여성 이용객들의 수건 분실·훼손이 너무 잦아 재주문 비용이 감당이 안 된다"며 하소연했다. "이 지역 다른 목욕탕들도 다 그렇게 한다"면서, 이는 일부 이용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긴 경영상의 조치일 뿐 차별이 아니라고 맞섰다.
관할 지방자치단체 역시 "요금 책정은 업소 자율"이라며 요금표에 관련 내용을 명확히 적으라는 행정지도에 그치며 한발 물러서는 듯했다.
인권위 일침 "일부 잘못을 여성 전체에 떠넘기는 명백한 차별"
그러나 인권위의 판단은 단호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업주의 주장을 "성 고정관념에 기반한 위험한 일반화"라고 일축했다. 위원회는 "수건을 분실하는 일부 이용객의 문제를 마치 여성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간주해 여성 집단에만 불이익을 주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해당 지역 목욕탕 36곳 중 25곳은 남녀 차별 없이 수건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업주의 관행 주장을 무너뜨렸다. 인권위는 수건 보증금 제도를 도입하거나 추가 사용 시에만 요금을 받는 등 합리적 대안이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국가는 사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차별이라도 이를 방지하고 시정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차별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관할 지자체장에게 해당 목욕탕의 성차별적 요금 체계를 바로잡도록 적극적인 행정지도를 할 것을 권고하며, 생활 속에 스며든 차별에 경종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