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7만 '행복 영상'의 비극…'더럽다' 악플에 무너진 임산부, 법적 대응 예고
347만 '행복 영상'의 비극…'더럽다' 악플에 무너진 임산부, 법적 대응 예고
인스타그램 가족 영상, 온라인 커뮤니티 무단 공유 후 조롱 쏟아져…변호사들 “모욕죄 성립, 대량 고소 가능”

A씨 가족의 단란한 일상을 담아 347만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무단 공유되면서, '더럽다'는 등 악성 댓글에 시달리게 됐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347만 조회수를 기록한 '행복 영상'이 100개의 비수가 되어 돌아왔다. 한 가족의 단란한 일상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무단으로 공유된 뒤, '더럽다'는 등의 악성 댓글에 시달린 임산부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사람들에게 미소를 안겼던 347만 조회 영상은, 단 이틀 만에 임신 6개월 차 예비 엄마의 심장을 찌르는 무기가 됐다. 익명의 공간에 숨은 조롱과 혐오가 한 가족의 일상을 어떻게 파고들었는지, 그리고 이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을지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짚어봤다.
"이게 뭐노"... 7천 명이 지켜본 '온라인 조리돌림'
사건은 A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편, 아이와 함께하는 단란한 영상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 영상은 빠르게 퍼져나가며 347만이라는 경이로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행복은 짧았다. 이틀 뒤인 5일,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의 익명게시판에 A씨 가족의 영상 캡처 사진이 올라왔다. "이… 이게 머노…"라는 조롱 섞인 제목의 글은 순식간에 7천 회 넘게 조회됐고, 그 아래에는 "더럽다", "역겹다" 등 입에 담기 힘든 악성 댓글 100여 개가 달렸다.
임신 6개월 차였던 A씨는 이 사실을 제보받고 "마치 발가벗겨진 채 광장에 내던져진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남편과 아이가 박제돼 모욕당했다는 사실에 죄책감과 정신적 충격이 크다"며 "처벌만 가능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고소하고 싶다"고 울분을 토했다.
'더럽다' 한 마디, 모욕죄 처벌 가능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게시물 작성자와 악플러 모두 법의 심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또는 형법상 모욕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최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율)는 "'더럽다', '역겹다' 등의 댓글은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행위로 볼 수 있어 모욕죄(형법 제311조) 처벌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모욕죄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지 않더라도,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깎아내리는 경멸적인 감정을 표현하면 성립한다.
온라인상의 모욕죄는 피해자가 누구인지 특정되어야 처벌이 가능한데, 이 요건 역시 충족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허유영 변호사(법무법인 세담)는 "제보자가 커뮤니티에서 A씨 가족을 알아봤다는 사실 자체가 피해자가 특정되었다는 '특정성' 요건을 충족시킨다"고 설명했다. 얼굴이 나온 영상인 만큼, 누가 봐도 A씨 가족에 대한 글임을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익명 커뮤니티, IP 추적으로 잡는다
그렇다면 익명성에 숨은 가해자들을 찾아낼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김경태 변호사는 "익명 게시판이라도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IP 추적이 가능하며, 사이트 운영자에게 가입자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A씨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조치로 '증거 확보'를 꼽았다. 윤형진 변호사(법률사무소 명중)는 "문제의 게시글과 댓글 전체를 캡처하고, 해당 페이지의 인터넷 주소(URL)를 보존해 정식으로 고소장을 제출해야 한다"며 "차분히 증거를 준비해 고소를 진행하면 가해자들이 먼저 사과하거나 손해배상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고 조언했다.
형사 처벌과 별개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오승윤 변호사(법무법인 베테랑)는 "특히 임산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겪은 정신적 고통은 법원에서 위자료 산정 시 중요하게 고려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공간의 익명성에 기댄 무차별적인 조롱이 한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법조계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명백한 범죄 행위임을 경고하며,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인격을 짓밟을 권리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