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신호 무시하고 킥보드 타다 사고가 났다면, '산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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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신호 무시하고 킥보드 타다 사고가 났다면, '산재'일까?

2025. 05. 21 17:13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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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단순 교통법규 위반은 산재 불인정 사유 아냐"

생성형 AI를 활용해 만든 참고 이미지

전동킥보드를 타고 퇴근하다 신호를 위반해 사고를 냈더라도, 잘못이 크지 않으면 산업상 재해(산재)로 인정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조민식 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지난달 24일 공단이 요양급여 지급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고 A씨 손을 들어줬다.


A씨는 경기도 평택의 한 건설회사에서 전기공으로 일하고 있었다. 2023년 8월 15일, 전동킥보드를 타고 퇴근하던 중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던 승용차와 부딪히는 사고가 났다. 이때 A씨는 보행자 신호가 빨간불인 상태에서 횡단보도로 진입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왼쪽 무릎이 골절되고 연골도 파열됐다. 이에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A씨가 신호를 위반해 사고가 난 것이므로 산재로 볼 수 없다”며 거부했다.


A씨는 “사고 원인을 신호 위반으로만 단정할 수 없고, 내 잘못이 크지 않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A씨의 행위가 산재보험법 37조 2항에 산재 인정 예외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규정상 '범죄 행위'에 대한 해석은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A씨가 사고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일용직으로 근무하면서 피로가 누적된 상태였고,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신호를 어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를 타고 횡단보도를 횡단할 수 없는데도 A씨가 횡단보도에 진입한 것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전동킥보드를 타고 횡단보도로 들어간 것이 잘못이긴 하지만, 이 정도 위반으로 산재 혜택을 전부 박탈하는 건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또한, 전동킥보드 관련 교통법규가 복잡하거나 제대로 안내되지 않았다는 점도 참작했다.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의 '근로자의 범죄행위'는 형법에 의해 처벌되는 범죄행위뿐만 아니라 특별법령에 의해 처벌되는 범죄행위도 포함한다(대법원 1990. 5. 22. 선고 90누752 판결). 그러나 단순히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범죄행위가 산재보험 적용 제외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범죄행위'를 "오로지 또는 주로 자기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한 경우"로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2두13079 판결).


최근 법원은 산재보험의 사회보장적 성격을 고려하여 '범죄행위' 조항을 좁게 해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단순한 교통법규 위반과 같은 범죄행위는 산재에서 제외하지 않는 추세이며,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경향이다.


만약, 음주 상태에서 전동킥보드를 탔거나 무면허 운행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경우 또는 2인 이상 탑승 금지 규정을 위반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 등 고의적인 법규 위반이 있을 때는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의 '범죄행위'에 해당해 산재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출퇴근 경로를 크게 벗어나거나, 개인적인 목적으로 길을 바꾼 경우에도 산재에서 제외될 수 있다. 산재보험법 제37조 제3항에 따르면, 출퇴근 경로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에 발생한 사고는 출퇴근 재해로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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