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상속 기준은? 비트코인은 인정, SNS는 '글쎄'
‘디지털 유산’ 상속 기준은? 비트코인은 인정, SNS는 '글쎄'
디지털 유산 상속, 법원은 어디까지 허용할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고인이 남긴 SNS 계정과 이메일, 유족은 열어볼 수 있을까? 법원은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자산의 상속은 인정하면서도, 고인의 사생활이 담긴 계정 접근에는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법원, ‘디지털 자산’은 상속 재산으로 인정
디지털 유산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암호화폐나 온라인 게임 아이템처럼 경제적 가치가 뚜렷한 ‘재산적’ 유산과, SNS 계정·이메일·디지털 사진처럼 개인의 추억과 사생활이 담긴 ‘인격적’ 유산이다.
법원은 재산적 성격이 강한 디지털 유산에 대해서는 상속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트코인이다. 대법원은 지난 2018년, 범죄수익으로 얻은 비트코인을 몰수하며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라고 명확히 판단했다(대법원 2018도3619 판결). 이는 비트코인이 상속 가능한 재산에 포함될 수 있다는 강력한 법적 근거가 된다.
SNS·이메일 계정, 함부로 로그인했다간 ‘형사 처벌’
반면, 고인의 인격과 사생활이 담긴 SNS나 이메일 계정의 상속은 전혀 다른 문제다. 유족이라도 고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무단 접속하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민법상 상속인은 고인의 모든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지만, 이는 고인의 인격과 분리할 수 없는 ‘일신전속적 권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법원은 SNS 계정 등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플랫폼 사업자도 이용약관을 통해 ‘계정의 양도 및 상속 불가’를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족이 고인의 사진이나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정보 제공을 요청해도 거부당하기 일쑤다.
해외에서는 다른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2018년 페이스북 계정도 편지나 일기처럼 상속될 수 있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디지털 계정을 고인의 사적인 기록물로 보고 상속권을 인정한 것이다.
결국 ‘디지털 유산 상속법’과 같은 명확한 입법적 해결 없이는 고인의 디지털 흔적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언처럼, 디지털 자산의 처분에 대한 고인의 명확한 의사를 사전에 남겨두는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