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에게 산 중고차, 700km 만에 엔진 고장…판매 전 수리 이력 있다면?
개인에게 산 중고차, 700km 만에 엔진 고장…판매 전 수리 이력 있다면?
판매자는 "문제 없었다" 발뺌
민법상 하자담보책임 따져보니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최근 개인 간 거래로 차량을 구매했다. 하지만 약 700km를 주행하자 엔진이 심하게 떨리고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더니, 이내 시동이 완전히 걸리지 않는 상태가 됐다.
서비스센터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냉각수가 점화플러그 쪽으로 유입돼 헤드가스켓 손상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판매자가 차량을 팔기 바로 전날, 냉각수 부족과 누수 문제로 정비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정비명세서까지 있었지만 판매자는 "이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만 답했다.
A씨는 판매자에게 수리비를 청구하거나 차량 구매 계약을 물릴 수 있을까?
개인 간 거래엔 '30일 보증' 없어…계약 당시 하자 입증이 관건
결론부터 말하면 A씨는 판매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다만 개인 간 중고차 거래에는 자동차관리법상 매매업자에게 적용되는 30일 또는 2000km 이내 품질 보증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대신 민법상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다. 매매한 물건에 하자가 있는 경우,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지는 책임이다.
변호사들은 이 책임을 묻기 위해선 '계약 당시 이미 하자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쉴드 박수범 변호사는 "매매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하자담보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이나 계약 해제를 청구할 수 있다"며 "핵심은 하자가 매매 당시 이미 존재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에서 A씨가 확보한 구매 전날 정비명세서는 계약 당시 이미 냉각계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유력한 증거가 된다.
법무법인 랜드로 신지수 변호사는 "구매 전날 냉각수 누수가 정비명세서로 확인된다면 매도 당시 차량에 이미 하자가 존재했음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가 된다"고 짚었다.
수리비 청구할까, 계약 해제할까?
책임을 묻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수리비를 청구하거나, 계약 자체를 해제하고 차량 대금을 돌려받는 것이다. 어떤 방법을 택할 수 있는지는 하자 중대성에 따라 갈린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냉각수 누수와 헤드가스켓 손상의 인과관계가 전문 정비 소견으로 확인된다면 수리비 청구가 가능하다"고 봤다.
만약 수리비가 차량 가격에 비해 과도하게 크다면 계약 해제까지 가능하다.
신지수 변호사는 "수리비가 차량 구매가격에 근접하거나 초과한다면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중대한 하자로 보아 계약 해제 및 대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A씨가 700km를 주행한 사실이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는 "이미 700km를 운행한 부분은 매도인 측에서 그 사이 발생한 손상이라고 다툴 여지가 있다"면서도 "정비 이력과 현재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첫 단계는 내용증명 발송…6개월 시효도 놓치면 안 돼
변호사들은 문제 해결 첫 단계로 판매자에게 내용증명을 보내라고 조언했다. 내용증명은 법적 조치를 앞두고 자신의 요구사항을 명확히 알리는 공식적인 방법이다.
법무법인 신결 윤주만 변호사는 "실무 경험상 이 시점에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판매자 반응을 기록해두시는 것이 이후 절차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증거 확보도 필수다. 현재 차량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서와 수리 견적서를 서면으로 받아두어야 한다. 이진훈 변호사는 "하자담보책임의 소멸시효는 하자를 안 날로부터 6개월이므로 지금 바로 내용증명 발송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매자가 내용증명을 받고도 응하지 않으면, 법원에 소액사건심판이나 민사소송을 제기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