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책상에 체모 뿌린 임원, 경찰은 재물손괴만 인정 그 이유는?
부하 책상에 체모 뿌린 임원, 경찰은 재물손괴만 인정 그 이유는?
부하직원 책상과 유니폼에 체모 테러
홈캠에 잡힌 충격적 진실과 엇갈린 법적 잣대 완벽 해부

부하직원 책상에 체모를 뿌린 기행에 대해 단순 재물손괴만 인정한 경찰의 좁은 법리 해석과 향후 법적 공방의 핵심을 파헤치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부하 직원의 책상과 유니폼에 자신의 체모를 반복적으로 뿌린 50대 직장 상사의 기행이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자가 직접 설치한 홈캠에 범행 현장이 고스란히 담겼지만, 경찰은 이를 성범죄나 스토킹이 아닌 단순 '재물손괴'로만 판단해 논란이다.
한 회사에 근무하는 피해자 A씨는 자신의 책상 주변과 유니폼 주머니에서 타인의 체모가 수차례 발견되자 극심한 수치심을 느끼고 옷을 내다 버렸다.
사내 카메라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직접 홈캠을 설치한 A씨는 곧 충격적인 장면을 확인했다.
출근 전, 막강한 사내 영향력을 가진 50대 임원 B씨가 다가와 A씨의 자리에 체모를 뿌리고 마우스에 이물질을 묻히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덜미가 잡힌 B씨는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황당한 변명을 내놓았다.
이후 자진 퇴사하며 실업급여를 요구하고,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위로금 300만 원으로 사태를 무마하려 했다.
평소 B씨가 자신의 딸을 각별히 아끼는 것을 알던 A씨는 "본인 딸이 똑같은 일을 겪었어도 용서가 되겠느냐"며 사과를 일축했다.
결국 A씨는 성폭력처벌법 위반, 스토킹처벌법 위반, 모욕, 재물손괴 등 4가지 혐의로 고소했으나, 경찰은 재물손괴 혐의만 인정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왜 재물손괴만 인정했을까
경찰이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를 부정한 핵심 이유는 '신체 접촉의 부재'다.
대전지방법원 2018고단1525 판결에 따르면 실무상 강제추행이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은 대체로 직접적인 신체 접촉을 수반한다.
가해자의 기행이 피해자에게 엄청난 성적 혐오감을 주었음은 분명하나,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었기에 경찰은 기존 판례의 좁은 해석을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주일 수차례 반복된 범행, 스토킹처벌법은 왜 비껴갔나
스토킹처벌법상 상대방 의사에 반해 물건을 두어 불안감을 일으키는 행위는 스토킹에 해당한다.
그러나 경찰은 체모를 법률상 열거된 전형적인 '물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거나, 이 행위가 생명 및 신체에 대한 위협을 수반하는 수준의 공포심 유발로는 부족하다고 본 것으로 추정된다.
나 홀로 은밀한 범행, 모욕죄의 공연성 불충족
모욕죄는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깎아내릴 만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할 때 성립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공연성'이 필수적이다.
B씨의 범행은 이른 아침 빈 사무실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졌으므로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유일한 단죄의 근거가 된 재물손괴죄
경찰이 유일하게 인정한 재물손괴죄는 물리적 훼손뿐만 아니라 감정상 재물을 본래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상태까지 포함한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9고단2274 판결 등 하급심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체모가 묻은 유니폼에 극심한 불쾌감을 느껴 옷을 버려야 했으므로 재물손괴 혐의는 완벽하게 입증된 셈이다.
피해자가 느낀 성적 수치심과 범행의 반복성을 고려할 때, 이 사건은 현행 법률이 신종 괴롭힘을 얼마나 제한적으로 포섭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향후 검찰 수사 단계에서 신체 접촉 없는 추행의 인정과 스토킹처벌법상 물건의 범위에 대한 법리의 확장 적용을 주장하는 이의신청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