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9)] 재산을 버무려 만든 사람 '재단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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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9)] 재산을 버무려 만든 사람 '재단법인'

2020. 05. 07 10:54 작성2020. 05. 07 11:44 수정
호문혁 교수의 썸네일 이미지
homoo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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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단체나 개인이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내어놓은 재산을 '재단'이라고 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번에 사람으로 구성된 사람인 사단법인을 설명했다. 그런데 우리 민법은 자연인이 아닌 사람을 또 하나 만들어냈다. 재산으로 만든 사람인 재단법인(財團法人)이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일로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이 있다. 집안 형편이 어렵지만, 장학금 덕분에 학업을 무사히 마치고 사회에 진출한 사람이 무척 많다. 장학금을 받지 못한 친구들은 장학금과 수업료 면제를 섞어서 장학금 면제를 받았다고 농담도 했고, 지방에서 부모님들이 보낸 학비를 '향토장학금'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런데 장학금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물론 국가에서 주는 장학금도 있다. 나도 대학생 때 수업료를 면제받아 실제로 낸 등록금이 당시 돈으로 만 원이 채 되지 않았는데, 그때 면제받은 수업료가 (내가 다닌 대학이 국립대학이었으므로) 바로 국가의 장학금이다. 그 외의 학생들이 받는 장학금 대부분은 학교 동창회나 개인이 기금을 내서 만든 장학재단에서 나온다.


이처럼 어떤 단체나 개인이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내어놓은 재산을 '재단'이라고 한다. 재단의 예로는 장학재단 이외에도 어린이를 보육하려는 목적으로 설립한 유치원 재단, 인재를 양성하려는 목적으로 세운 학교법인, 학교나 일정 단체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발전기금, 연구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재단, 사회복지를 위한 재단 등이 있다. 국립학교나 국립유치원의 경우는 국가가 재단의 역할을, 공립학교나 공립유치원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재단의 역할을 한다.


그러면 교수나 교사가 근무하고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나 유치원은 무엇인가? 학교나 유치원 자체는 재단이 운영하는 인적, 물적 시설이고, 교수나 교사는 그 시설에서 교육을 담당하기 위해 고용된 사람들이며, 학생은 그 시설을 이용하여 교육을 받는 이용자이다. 언젠가 중간시험에서 유치원은 교사와 취학 전 어린이로 구성된 사단이라고 답안지에 써서 채점의 무료함을 잠시 달래준 학생도 있었다.


재단은 재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사단의 사원 같은 구성원이 없고 재단을 운영하는 관리인이 있을 뿐이다. 보통은 재단에 이사회를 두어 그 이사들이 관리인으로 재단을 운영한다. 설립자가 재산을 출연해서 장학회라는 재단을 설립하면 이사회를 구성하여 이사들이 기금의 운영이나 장학생 선발 등에 관하여 결정을 하고 집행을 한다.


사단과 마찬가지로 재단도 법인이 되어 권리능력을 취득할 수 있다. 목적을 특정하여 일정한 재산을 출연하고 정관을 작성하면 재단이 설립되는데, 더 나아가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 설립등기를 하면 재단법인이 된다. 재산을 출연하는 방법은 살아 있을 때 바로 출연할 수도 있고, 유언으로 할 수도 있다.


생전에 재산을 출연하여 재단법인이 설립되면 법인이 설립되는 때에, 즉 법인등기를 마친 때에 그 재산은 재단법인의 재산이 된다. 유언으로 할 경우에는 유언이 효력을 발생하는 때, 즉 유언자가 사망한 때에 재단법인의 재산이 된다. 그러나 실제 재단법인이 유언자가 사망한 뒤에 설립되면 그 재산은 유언자가 사망한 시기에 소급해서 재단법인에 속하게 된다.


그런데 설립자가 재산을 출연하여 재단을 만들었는데 법인 아닌 재단으로 남아 있으면 그 재산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그 재단은 아직 권리능력이 없으므로 재산권자가 될 수 없으니 그 재산이 구름을 타고 공중에 떠도는 것인가? 법인 아닌 재단도 그 설립 목적에 따른 역할을 하므로 이를 법적으로 확실히 해 줄 필요가 있다.


법은 부동산에 관해서 법인 아닌 재단의 이름으로 등기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 이런 문제를 해결하였다. 부동산 아닌 재산에 관하여서는 아무 규정이 없지만, 여기에는 '신탁'의 법리가 적용된다. 즉 재산은 외부적으로는 위탁을 받은 관리인의 이름으로 보유하되 내부적으로는 관리인이 그 재산을 출연한 목적에 맞게 관리할 의무를 진다고 할 것이다.

장학재단, 복지재단, 연구재단 등 재단법인의 활동으로 우리 사회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 서는 데에 큰 도움이 되고 있지만, 세금을 절약(?)하는 등 수상한 목적으로 활용하는 이들도 있어서 마음이 개운치 않다.


편집자 주

원로법학자 호문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시민이 알아야 할 기초적인 법 이야기를 재미있는 에세이 형식으로 연재한다. 호문혁 교수는 사법정책연구원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초대 이사장 등을 지내고 저서 「민사소송법」으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민사법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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