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행사라더니 정치 집회? 태진아 얼굴 무단 도용한 '전한길 콘서트', 법적 책임은
일반 행사라더니 정치 집회? 태진아 얼굴 무단 도용한 '전한길 콘서트', 법적 책임은
행사 성격 속인 주최 측, 사기죄 처벌은 어려워
초상권 침해에 따른 민사 배상 유력

정치 행사를 일반 행사라고 속인 뒤 태진아의 사진을 홍보 포스터에 무단 사용한 주최 측에 대해 소속사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연합뉴스
가수 태진아가 정치 행사를 일반 행사로 속여 자신을 홍보에 무단 이용한 주최 측에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이 주최한 '3.1절 기념 자유음악회' 포스터에 태 씨의 얼굴이 버젓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태진아 소속사 진아엔터테인먼트 측은 며칠 전 행사 관계자가 찾아와 일정을 묻기에 "스케줄은 가능하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 관련 행사인지 물었으나, 관계자는 "킨텍스에서 하는 그냥 일반 행사"라고 속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 날 태 씨의 사진이 들어간 포스터가 무단으로 뿌려졌다. 포스터에 사회자로 이름을 올린 이재용 아나운서 역시 "정치적 행사에 참여할 생각은 없다"며 주최사 대표에게 포스터를 속히 내리라고 엄중 경고했다.
행사 성격 속인 주최 측, '사기죄'로 감옥 갈까?
이에 태진아 소속사는 정치적 행사를 일반 행사로 속인 관계자를 고소·고발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대중의 관심은 이 관계자에게 형법상 사기죄를 물을 수 있는지에 쏠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형사상 사기죄로 처벌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를 속이는 기망행위, 그로 인한 착오 유발, 그리고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라는 3가지 핵심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행사 관계자가 정치 행사임을 숨기고 "킨텍스에서 하는 그냥 일반 행사"라고 거짓말을 한 것은 사기죄의 판단 기초가 되는 명백한 기망행위(속임수)에 해당한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해야만 성립한다. 본 사안에서 태진아 측은 단순히 "스케줄은 가능하다"고만 답변했을 뿐, 정식으로 출연 계약을 체결하거나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
즉, 주최 측이 속임수를 썼더라도 실질적으로 빼앗아 간 재산상 이익이 없기 때문에 사기죄 구성요건을 채우지 못하는 것이다.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죄 역시 수사기관에 고소할 수는 있겠으나, 실무상 실제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형사 처벌 어렵지만… 초상권 침해로 '수천만 원' 철퇴 유력
하지만 민사 소송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주최 측이 태진아의 동의 없이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해 홍보 포스터를 제작하고 배포한 행위는 명백한 초상권 침해(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책임)에 해당한다. 우리 법원은 초상권을 침해당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신적 고통이 수반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태진아는 주최 측을 상대로 재산상 손해배상 및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으며, 법원에서 인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초상권 침해 배상액은 침해 기간, 사용 범위, 피해자의 사회적 지위 등을 종합해 산정된다. 태진아가 국민적 인지도를 가진 유명 가수라는 점을 고려할 때, 관련 판례들에 비추어 수천만 원 수준의 손해배상액이 인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유튜버 전한길은 논란이 일자 "연예인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나"라며 "아무도 안 오면 저 혼자서라도 '범죄자 이재명 재판받아라', '윤석열 대통령 만세'를 목놓아 외치겠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유명인의 얼굴을 무단 도용한 대가는, 형사 처벌을 피하더라도 법정에서 값비싼 민사 청구서로 되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