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에 다 찍혔는데 절도죄 어렵다니…회사 서류 두 박스 훔쳐간 전 직원, 처벌될까?
CCTV에 다 찍혔는데 절도죄 어렵다니…회사 서류 두 박스 훔쳐간 전 직원, 처벌될까?
경찰 "훔쳐간 서류 특정해야"…변호사들 "건조물침입은 명백, 절도도 포기하긴 일러"

회사와 소송 중인 전 직원들이 주말에 사무실에 침입해 서류를 훔쳐갔다. / AI 생성 이미지
자신의 회사와 민사소송 중인 전 직원들이 주말에 몰래 사무실에 들어와 사과 박스 2개 분량의 서류를 빼가는 모습을 CCTV로 확인한 A씨. 당장 경찰에 알렸지만 "어떤 서류를 가져갔는지 특정하지 못하면 절도죄 성립이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분명 서류를 훔쳐가는 장면이 영상에 그대로 담겼는데도 처벌이 어렵다는 말에 A씨는 답답함을 느꼈다. 정말 이대로 전 직원들의 범행을 눈감아 줘야 하는 걸까?
주말 사무실에 몰래 들어와 5시간…CCTV에 찍힌 전 직원들
A씨의 회사는 최근 사무실을 정리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CCTV를 확인했다. 영상에는 현재 회사와 민사소송을 진행 중인 과거 직원들이 주말에 몰래 사무실에 들어와 약 5시간가량 머무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들은 서류 보관실을 들락거리며 서류를 챙겼고, 결국 사과 박스 2개 분량의 서류를 들고 사무실을 나갔다. 문제는 어떤 서류가 반출됐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수만 장의 서류가 전산화 없이 쌓여 있어, 피해 품목을 특정하기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A씨 측이 연락하자 전 직원들은 "개인 서류를 가져갔다"거나 "필요한 게 있어 출력했다"며 말을 맞췄다. 소송 관련 서류가 아니냐고 추궁해도 부인할 뿐이었다.
'어떤 서류'인지 몰라 절도죄 어렵다?…엇갈린 변호사들 판단
결론부터 말하면, 어떤 서류를 훔쳐 갔는지 특정하지 못할 경우 절도죄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게 경찰과 일부 변호사들의 시각이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국진호 변호사는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절취된 물건이 특정되어야 한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서류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지 않아 절도죄 성립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 역시 "어떤 서류를 가져갔는지 알 수 없어 형사처벌까지는 어려워 보인다"고 봤다.
하지만 반출 장면이 명확하다면 절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개별 서류 내용의 확인이 어렵더라도, 회사 소유물인 서류와 박스를 무단으로 가지고 나간 행위 자체가 재물의 절취에 해당한다"며 "회사 소유물의 무단 반출 사실이 영상에 명확히 촬영되었다면 절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도 "'상세 불상의 회사 서류 다수'로도 절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며 "반출된 서류의 세부 목록을 낱낱이 특정해야만 기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실제로 대법원은 퇴사자가 회사 연구실에 보관된 문서 사본을 가져간 행위에 대해서도 절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는 이를 근거로 CCTV 영상 등 정황을 종합해 수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절도'는 다툼 여지, '건조물침입'은 명백…고소 전략은?
변호사들은 절도죄 성립 여부와 별개로 '건조물침입죄'는 명백히 성립한다고 입을 모았다. 퇴직한 직원들이 관리자의 허락 없이, 그것도 주말에 몰래 사무실에 들어온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이라는 것이다.
30년 법관 경력의 법무법인(유)서평 일산분사무소 장진훈 변호사는 "퇴직 후 회사의 허락 없이 주말에 몰래 사무실에 들어간 행위는 관리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침입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 부분은 CCTV 영상만으로도 입증이 가능하므로 건조물침입죄로의 형사고소는 유효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선 건조물침입죄로 고소해 수사를 개시하고, 그 과정에서 절도 혐의를 입증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이동규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이나 피고소인 조사를 통해 유출된 서류의 실체를 파악하고 추가적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민사소송을 역이용하는 전략도 제시됐다. 법무법인 우선 이민철 변호사는 "상대방이 훔쳐간 서류를 민사 재판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증거로 제출하는 순간, 스스로 절취품의 목록을 자백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때를 기해 절도죄 수사를 강하게 압박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