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알면 죽는다" 헌옷 수거함에 버려진 영아...'쓰레기 집' 방치된 아이들까지 발견돼
"남편 알면 죽는다" 헌옷 수거함에 버려진 영아...'쓰레기 집' 방치된 아이들까지 발견돼
수원지법, 영아살해·사체유기·아동방임 혐의
친모에게 징역 3년 실형 선고

남편의 보복이 두려워 영아를 살해·유기하고 다른 자녀들까지 쓰레기 집에 방치한 친모에게 법원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남편이 구속된 사이 외도로 임신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갓 태어난 아기를 살해하고 시신을 헌옷 수거함에 유기한 20대 친모가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이 기존에 양육하던 다른 자녀들 역시 쓰레기가 가득한 비위생적인 환경에 방치해온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분만 직후 좌변기 방치해 살해... 시신은 수건 감싸 헌옷 수거함으로
사건의 발단은 피고인 A씨의 배우자 B씨가 구속되면서 시작됐다. A씨는 남편 B씨가 수사와 재판을 받느라 부재중이던 2021년 5월경, 일시적으로 만난 남성과 성관계를 가져 아이를 임신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낙태 수술을 받지 못한 A씨는 출산에 대한 아무런 대비 없이 임신 사실을 숨긴 채 지내왔다.
이후 남편 B씨가 석방되자 A씨의 불안은 극도에 달했다. 외도로 인한 임신 사실이 발각될 경우 남편으로부터 당할 폭력이 두려웠던 A씨는 결국 아이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2021년 12월 19일 오후 4시 57분경, 경기 오산시 자택 화장실에서 홀로 아기를 출산한 A씨는 아기가 좌변기 물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도 그대로 방치해 익사하게 했다. 범행 약 20분 뒤, A씨는 아기의 사체를 수건 두 장으로 감싸 집 인근 길가에 있는 헌옷 수거함에 집어넣어 유기했다.
곰팡이 핀 음식과 쓰레기 더미... 방치된 두 남매의 비극
수사 과정에서는 A씨가 이미 양육 중이던 2세와 10개월 된 두 자녀에 대한 아동학대(방임) 사실도 함께 밝혀졌다. A씨는 경남 창원시 소재 거주지에서 자녀들을 양육하며 기본적인 보호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집 안에는 음식물 쓰레기와 일회용 용기 등 각종 오물이 가득했으며, 냉장고에는 곰팡이가 핀 음식들이 방치되어 있었다. A씨는 이처럼 비위생적인 환경에 어린 자녀들만 남겨둔 채 외출을 반복하는 등 아동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방임 행위를 지속해왔다.
사건을 접한 재판부는 피고인이 직계존속으로서 아기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고, 분만 직후의 영아를 참혹하게 살해한 뒤 유기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였다.
법원 "재범 위험성 높음 수준"... 생명 존엄성 훼손에 엄중 경고
수원지방법원 제15형사부(재판장 이정재)는 영아살해, 사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의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3년간의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이며, 갓 태어난 아기라 할지라도 부모가 함부로 할 수 없다"며 "범행의 경위와 수단, 결과에 비추어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판시했다. 또한 기존 자녀들을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환경에 방치한 점 역시 양형에 반영됐다.
특히 법원은 A씨의 재범 위험성에 주목했다. 성인 재범위험성 평가도구(KORAS-G) 검사 결과 A씨는 총점 15점으로 '높음' 수준을 기록했다. 재판부는 A씨가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올바른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되어 극단적으로 행동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 보호관찰 명령을 통해 사회적 감시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과거 이종 범죄로 인한 벌금형 외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이번 판결은 위기 상황에 놓인 임산부의 극단적 선택이 가져오는 비극에 대해 법적 책임을 엄격히 물은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