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에는 "혼인 무효 안 된다" 했는데, 이번엔 "혼인 무효" 인정한 국제결혼⋯차이는?
5년 전에는 "혼인 무효 안 된다" 했는데, 이번엔 "혼인 무효" 인정한 국제결혼⋯차이는?
베트남 여성 상대로 '혼인 무효 청구 소송' 제기한 한국인 남성
비슷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혼인무효 안 된다" 했는데 이번엔 '이것' 인정돼 "혼인 무효"

한국에 입국 한 달 만에 집을 나간 베트남 신부를 상대로 한국인 남편이 낸 혼인무효청구가 받아들여졌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참고 이미지. /게티이미지코리아
A씨는 고민 끝에 베트남에 살고 있던 B씨를 아내로 맞이했다. 두 사람은 2018년 3월 베트남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4월에는 부산에서도 혼인신고를 마쳤다.
하지만 같이 살기까지는 준비가 필요했다. 이 때문에 세 달이 지나서야 B씨가 입국했다. 행복할 거라 여겼던 신혼생활. 하지만 B씨의 태도가 영 이상했다. 그녀는 A씨와 한방을 쓰면서도 부부관계를 거부했다.
그리고 한 달 뒤. 출입국관리소에서 외국인등록증이 나오자마자 B씨는 사라져버렸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B씨는 애초부터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할 마음이 없었던 것 같았다. 단지 한국에 오기 위해 A씨를 이용한 것 같다.
그렇게 그녀를 찾아 헤맨 지 한 달. A씨는 결심했다. 그리고 그 길로 가정법원으로 향했다. 그는 B씨를 상대로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국적이 다른 두 사람. 우선 법원은 판결에 앞서 이 사건에 적용할 준거법부터 확정해야 했다.
국제사법 제36조 1항에 의하면 혼인 성립의 실질적 요건은 각 혼인 당사자의 본국법에 따라야 한다. 이에 따르면 A씨는 대한민국 민법이, B씨는 베트남의 혼인관계법이 준거법이 된다. 그러나 법원은 B씨에게도 법정 지역인 대한민국의 민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베트남 혼인관계법 관련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6월 열린 1심 재판에서 부산가정법원은 두 사람의 혼인이 무효라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사실관계를 따져봤을 때, A씨와 B씨는 민법 제815조 제1호가 혼인 무효로 규정하는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우리 법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를 "당사자 사이에 사회 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할 의사의 합치가 없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자 B씨는 법원에 항소했다.
이에 대한 항소심이 지난달 18일 부산가정법원 제2가사부(재판장 이일주 부장판사)에서 열렸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B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혼인 무효를 판단한 이유에 대해 "B씨는 한국에 들어와 체류자격을 획득하거나 취업을 하기 위해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가 집을 나간 직후 SNS에 '자신이 기대한 것은 남자가 아니고 돈'이라는 취지의 글을 남겼던 것과 한국에 입국한 지 1개월 만에 집을 나갈 정도로 A씨가 B씨를 부당하게 대우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지난 2015년 대법원은 이 사건과 비슷한 사건을 다룬 적이 있었다. 국제결혼 한 달 만에 가출한 중국인 아내를 상대로 한국인 남편이 낸 혼인무효 소송이었다. 하지만 당시 대법원의 결정은 '혼인 무효 불가' 였다.
국제결혼을 했다는 것도, 한 달 뒤에 집을 나갔다는 것도 같은데 왜 5년 전 대법원은 '혼인 무효는 안 된다'고 판결했을까?
이는 '결혼할 당시 혼인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달려있다.
2015년 당시 한국인 남편은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하면서 "아내가 혼인할 의사 없이, 우리나라에서 취업하거나 체류 기간을 연장할 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당 여성이 가출한 것은 결혼생활의 불화 때문이지 애초부터 혼인 의사 없이 결혼했기 때문이 아니다"며 "이에 혼인 무효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