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지시한 비보호자도 '살인죄 준한 처벌' 헌재 "정당"
아동학대 지시한 비보호자도 '살인죄 준한 처벌' 헌재 "정당"
'훈육 빙자' 잔혹한 학대 지시한 남성, 징역 15년형 확정
"법적 보호자 아니더라도 학대 지배했다면 공범"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여자친구에게 아이를 학대하도록 지시한 남성. 그는 법정에서 "나는 아이의 법적 보호자가 아니다"라며 감형을 주장했지만, 헌법재판소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동학대 범죄의 전 과정을 지배하고 지시했다면, 법적 보호자 신분이 없더라도 살해죄의 공범으로 무겁게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최종 판단이 나왔다.
'훈육'을 빙자한 잔혹한 지시, 비극으로 끝나다
헌법재판소 결정문에 따르면, 남성 A씨는 자신의 연인 B씨에게 그의 자녀들을 학대하라고 지속적으로 지시했다. B씨는 A씨의 지시에 따라 아이들을 수십 차례 때렸고, 결국 아이 한 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검찰은 A씨와 B씨 모두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A씨가 범행 전체를 계획하고 지배한 '공동정범(범행을 함께 계획하고 실행을 지배한 주범)'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법정 뒤흔든 '신분' 논쟁…대법원 "범행 지배했다면 공범"
재판의 최대 쟁점은 A씨의 '신분'이었다. 아동학대처벌법은 '보호자'가 아동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일반 상해치사죄보다 무거운 '살인죄'에 준하여 처벌한다.
A씨는 자신이 법적 보호자가 아니므로 이 가중처벌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신분이 없는 사람은 신분이 있는 사람과 똑같이 처벌할 수 없다는 형법상 원칙(형법 제33조 본문)을 적용한 결과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가 학대를 지시하고 범행 전체를 실질적으로 지배한 핵심 주범에 해당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결국 A씨는 아동학대치사죄의 공범으로 징역 15년형을 확정받았다.
헌재의 최종 판단 "보호자의 배신, 비난 가능성 훨씬 크다"
형이 확정되자 A씨는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다. 보호자가 아닌 자신을 아동학대치사죄의 공범으로 처벌하는 법 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를 기각했다. 헌재는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치사죄는, 보호 관계가 없는 사람의 상해치사죄와 비교해 불법성과 비난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헌재는 "보호자의 학대는 아동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을 넘어, 아동의 신뢰를 저버리고 복지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배신 행위'"라며 "이를 가중처벌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정당하다"고 못 박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