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들었던 '욕'⋯그대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따라 해도 '모욕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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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들었던 '욕'⋯그대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따라 해도 '모욕죄'

2020. 05. 06 12:40 작성2020. 05. 07 11:34 수정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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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의도가 어땠든지 간에⋯경멸적 표현을 한 순간 이미 모욕죄 성립"

"개XX야, 눈깔이를 빼뿔라!" 사람들 앞에서 옛 직원이 자신에게 했던 욕설을 '재연' 했다고 주장하는 남성. 모욕죄일까? 아닐까? /게티이미지코리아

2018년 6월, 경북지방노동청 노동위원회 조정실. 〇〇재활원에서 사회 재활 교사로 일하다 해고된 B씨가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한 조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다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개XX야, 눈깔이를 빼뿔라!"


조정에 참석한 노무사가 재활원장인 A씨(58·남)에게 'B씨가 다시 재활원에서 근무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B씨에게 욕설을 내뱉은 것이다. 그 자리에는 당사자였던 A씨와 B씨 외에도 노무사 등 3명이 더 있었다. 이에 A씨는 모욕죄로 기소됐다.


고소당한 재활원장의 주장 "이전에 당했던 그 상황을 '재연' 한 것"

그러나 재활원장 A씨는 자신이 B씨에게 욕설을 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에 B씨로부터 '개새끼야 눈깔이를 빼뿔라'라고 말을 들은 일이 있는데,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사람과 같이 근무할 수 있겠느냐고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재연된 발언이었을 뿐"이라며 "B씨를 모욕할 고의가 없었다"고 했다.


실제로 A씨는 과거에 B씨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당시 A씨는 B씨를 모욕죄로 고소했으나, 검사가 불기소 처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재판에서는 "개새끼야 눈깔이를 빼뿔라"라는 말 뒤에 "B씨는 나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한 사람이어서, 같이 근무할 수 없다"는 취지의 후속 발언을 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당시 조정 회의에 참석했던 4명에게 이에 대한 진술을 들었다. 이 중 2명은 A씨의 주장과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했다. 하지만 B씨와 당시 조정에 참여한 노무사는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2명은 들었다고, 2명은 듣지 못했다고 진술하는 상황. 이에 법원의 고심은 깊어졌다.


법원 "경멸적 표현을 한 순간 이미 모욕죄 성립⋯후속 발언과 이는 무관"

울산지법 형사9단독 문기선 판사는 지난 21일 열린 재판에서 "모욕죄가 맞다"며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문 판사는 "A씨의 후속 발언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B씨와 노무사의 진술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면서 "설사 A씨의 후속 발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참석자들에게 자신의 뜻을 이해시키는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A씨가 후속 발언을 충분히 이해되도록 말했다 하더라도, 그가 경멸적 표현을 하는 순간 이미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A씨가 B씨에게 다가가며 경멸적 표현을 한 뒤, 후속 발언이 있기 전까지의 시간 사이에 B씨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모욕당한 감정을 느끼고, 다른 사람들도 B씨가 모욕당했다고 인식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문 판사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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