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냈는데 또…'선불유심' 재범 청년, 중증 부모 부양 중 '실형 위기'
벌금 냈는데 또…'선불유심' 재범 청년, 중증 부모 부양 중 '실형 위기'
전문가들 "가족 부양·진지한 반성 등 양형자료 집중해야…국선변호인 신청도 방법"

선불유심 불법 제공으로 벌금형 전력이 있는 청년이 같은 범죄로 또다시 재판에 넘겨져 실형 위기에 처했다./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선불유심 불법 제공으로 벌금형을 받은 청년이 같은 범죄로 또다시 재판에 넘겨져 실형 위기에 처했다.
"징역을 가게 되면 부양해줄 사람이 없습니다." 중증 환자인 아버지와 장애를 가진 어머니를 홀로 부양하는 한 청년이 절박하게 도움을 청했다.
선불유심을 불법으로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그는 과거 같은 범죄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어 실형 선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기억도 없는데"…통장 입금내역에 찍힌 두 번째 범죄
사건의 시작은 재작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선불유심 내구제'(자신 명의로 개통한 유심을 타인에게 돈을 받고 넘기는 행위)로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작년 12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같은 범죄를 한 건 더 저질렀다. 그는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경찰이 제시한 통장 입금 내역 앞에 범행을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 조사를 거쳐 검찰로 넘어간 사건은 결국 '불구속 공판'으로 결정됐다. 정식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그는 당장 벌금을 낼 형편도 되지 않을뿐더러, 만약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병든 부모님을 돌볼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대포폰' 공급책, 법원이 엄벌하는 이유
선불유심 불법 제공은 왜 무겁게 처벌될까. 이렇게 넘겨진 유심은 보이스피싱,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등 각종 범죄의 '대포폰'으로 악용되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법원은 범죄의 '씨앗'을 제공하는 행위 자체의 사회적 해악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창원지방법원은 한 관련 판결(2023노592)에서 "개통한 선불 유심은 사회적 폐해가 큰 범죄행위에 악용될 위험이 있다"며 그 심각성을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동종 범죄를 반복하는 '재범'은 양형에 매우 불리한 요소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동종 재범이라 처벌 수위가 높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록 형의 집행 종료 후 3년 내 재범에 가중처벌하는 '누범'은 아니더라도, 반복된 범행은 법관에게 '개선 의지가 없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실형만은 피해야"…변호사들이 제시한 생존 전략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길은 있다. 변호사들은 혐의를 다투기보다는 처벌 수위를 낮추는 '양형 변론'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백창협 변호사는 "혐의를 부인하는 사안이 아니므로 재발 방지 대책에 중점을 둔 양형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장 중요한 전략은 '가족의 부양'이라는 절박한 상황을 법원에 호소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더든든의 추은혜 변호사는 "중증 환자 아버지와 장애인 어머니 등 가정 형편을 고려한 감형 요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아버지의 중증환자 진단서, 어머니의 장애인등록증, 가족관계증명서 등 객관적인 자료를 준비해 제출해야 한다. 실제 법원은 피고인이 가족의 유일한 부양자일 경우 이를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해 형을 감경하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도 한다(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 2020고단256 판결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변호사 선임이 어렵다면 '국선변호인'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법률사무소 강물의 김수빈 변호사는 "경제적 여유가 없기에 국선변호인 선정을 재판부에 신청하라"고 권했다. 진지한 반성의 태도와 함께 다시는 범죄에 연루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는 것 역시 필수적이다.
결국 이 청년의 운명은 재판부가 '반복된 범죄'라는 불리한 요소와 '절박한 가족 부양'이라는 유리한 요소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달리게 됐다. 법의 엄중함과 한 개인의 딱한 사정이 법정에서 치열하게 맞붙게 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