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순위라 보증금 걱정 없다" 중개사 말 믿고 계약했는데, '다세대주택'이라 의미 없었다
"1순위라 보증금 걱정 없다" 중개사 말 믿고 계약했는데, '다세대주택'이라 의미 없었다
변호사들 "공인중개사에게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어"

조건은 좋았지만, 근저당이 잡혀있는 집. 계약을 망설이자 공인중개사는 "보증금 떼일 일 없다"며 호언장담했다. 이 말을 믿고 계약을 한 A씨. 그런데 막상 집이 경매에 넘어가고 나니, 상황이 공인중개사의 말과 달랐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설령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도, 보증금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어요."
조건은 좋았지만, 근저당이 잡혀있는 집이었다. 전세 계약을 망설이던 A씨에게 공인중개사는 위와 같이 호언장담했다. "계약을 빨리하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바로 받으면 1순위 세입자가 돼 문제없다"는 말과 함께였다. 이런 내용은 A씨의 통화 녹음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 말을 믿고 계약을 한 A씨. 그런데 막상 집이 경매에 넘어가고 나니, 상황이 공인중개사의 말과 달랐다. 우선, A씨가 사는 집이 '다세대주택'이어서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이게 대체 무슨 말 일까. 공인중개사 말만 믿었는데, 보증금을 날리면 이 책임을 그에게 물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다세대주택'이기 때문에 보증금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말에 대해 변호사들은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다가구주택은 3층 이하의 건물로 19세대 이하로 구성되어 있으며, 소유주는 1명이다. 다가구주택이 경매에 넘겨지면, 건물 전체가 일괄 경매 대상이라는 점에서 그 건물에 이뤄진 전입신고⋅확정일자 순서에 따라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순위가 정해진다. 공인중개사의 말대로 선순위일수록 보증금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긴 한다.
하지만 A씨가 살고있는 집은 다세대주택이다. 다세대주택은 4층 이하의 건물로, 세대수에 제한이 없다. 개별 호실 별로 등기가 구분돼 있고 그에 따라 소유주도 여러 명이다. 개별 호실 하나하나가 별개로 경매가 진행되는데, 경매 순서에 따라 보증금을 받을 수도 못 받을 수도 있는 불확실한 상황이 된다. 물론, 세입자들의 보증금 총액이 건물 시세와 맞먹는다면 대부분의 세입자가 이를 돌려받긴 어려울 수도 있다.
변호사들은 A씨 사안의 경우 "공인중개사가 다세대주택을 다가구주택으로 착각해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공인중개사가 계약 당시 설명을 제대로 해줬다면 이와 같은 일은 겪지 않을 수 있었다. A씨는 공인중개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가능해 보인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건우의 임영근 변호사는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임 변호사는 "다가구주택인지, 다세대주택인지는 임차인이 계약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사항이므로 이러한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잘못 전달한 책임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법무법인 청출의 박종한 변호사의 의견도 비슷했다. 박 변호사는 "공인중개사 측에서 '선관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해 발생한 일로 보인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 보인다"고 했다. 선관주의의무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뜻한다. 우리 대법원은 "임대차계약에 있어 중개업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중개업무를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91다36239).
박 변호사는 "공인중개사법 역시 '공인중개사는 중개대상물의 상태⋅입지⋅권리관계 등에 대해 성실⋅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제25조 제1항 제1호)"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의무를 위반한 경우 6개월의 범위에서 자격정지 등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공인중개사법 제36조 제1항 제3호) 별도로 A씨 등 임차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혜안의 안병찬 변호사 역시 "공인중개사가 권리분석을 잘못해 보증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로 보인다"며 "중개사고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 보인다"고 했다.
단, 보증금의 전부를 공인중개사에게 받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임영근 변호사는 "임차인 역시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중개사의 설명만 믿고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이 부분이 손해배상 액수를 결정하는 데 반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