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받아 주식으로 날린 남편…'집'은 지켜도, '살림살이'는 못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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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받아 주식으로 날린 남편…'집'은 지켜도, '살림살이'는 못 지킬 수 있다

2023. 01. 31 15:2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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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공동 생활에 사용한 채무 아니라면 상환 의무 없지만

부부가 집에서 같이 쓰는 물건들은 '공동점유물' 해당⋯압류 가능해

나 몰래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아 주식에 투자했다가 다 날린 남편. 은행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대출금 상환 독촉장을 보내고 있다. 이러다가 내 이름으로 된 집까지 넘어가는 건 아닐까. /셔터스톡

남편이 아내 A씨 모르게 거액의 빚을 졌다.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아 주식에 투자했다가 다 날려버린 것이다. 이후 은행에서는 계속 남편 앞으로 대출금 상환 독촉장을 보내고 있다.


그나마 집 명의는 자신 앞으로 해두었으니 괜찮지 않을까 싶다가도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채무자 명의 아닌 재산은 원칙적으로 강제집행 불가능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원래부터 아내 명의로 된 집이라면, 남편의 개인 채무 때문에 집이 압류되는 일 등은 없을 거라고 설명했다. 내 배우자가 빌린 돈이니 나도 함께 갚아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만, 법률상으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법은 부부 사이의 재산에 대해 '부부 별산제'의 원칙을 따른다. 민법 제830조, 제831조에 나와 있는 부부 별산제는 혼인 전 본인의 자산, 혼인 후 본인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스스로가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다만, 우리 법에서는 같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의식주나 자녀 양육비 등 '일상의 가사'를 유지하는 데 생긴 비용과 빚은 부부가 함께 책임을 지도록 한다. 이는 민법 제832조에 나와 있는 '가사로 인한 채무 연대책임' 조항이다.


법률사무소 금옥의 신현돈 변호사는 "일상가사채무가 아니라면 A씨는 채무를 상환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인화의 김명수 변호사도 "이 사건 남편의 주식투자 빚은 부부공동 채무가 아니라 개인 채무에 해당한다"면서 "은행에서도 A씨 명의 재산에 대해서는 강제집행을 할 수 없고, A씨가 부채를 상환해줄 의무도 없다"고 말했다.


살림살이 등은 공동점유물로 압류 가능⋯이혼 시 문제 될 가능성도

그렇다면 A씨에겐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 걸까? 변호사들은 "현재로선 아내 명의 '집'은 압류 대상에서 제외되겠지만, 그 안에서 함께 쓰던 '살림살이'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신현돈 변호사는 "A씨와 남편이 함께 사는 집에 있는 물건은 공동점유물이므로 압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만일 제때 빚을 갚지 못해 경매가 이뤄지면, 해당 물건을 처분한 금액에서 절반은 남편의 채무상환에 충당된다"고 말했다.


한편, 법률사무소 HY의 황미옥 변호사는 "남편의 과도한 빚 때문에 이혼이나 재산분할을 하려는 경우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자칫 남편 측 채권자들로부터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사해행위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허위 이전하는 행위를 말한다. 돈을 갚는 데 써야 하는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해 다른 곳에 사용했다면, 채권자는 법원에 이 재산을 다시 채무자 명의로 돌려놓아 달라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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