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잘못 알아들은' 119, 4분 늦어 심정지 어머니 사망…국가 책임 물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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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잘못 알아들은' 119, 4분 늦어 심정지 어머니 사망…국가 책임 물을 수 있나요?

2026. 08. 06 09:1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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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 도착 땐 '심실세동', 병원 도착 후엔 '심정지'…출동 지연과 사망의 인과관계 입증이 핵심

119 당직자의 주소 오인으로 구급차가 4분 늦게 출동해 심정지 환자가 사망했다. / AI 생성 이미지

A씨의 어머니는 지난해 11월, 심정지 증세를 보였다. 다급하게 119에 신고했지만, 구급차는 엉뚱한 곳으로 향했다. 119 당직자가 신고 주소를 잘못 알아듣고 다른 관할 구급대에 출동을 지시한 탓이다.


결국 4분이라는 시간이 지체된 뒤에야 제대로 된 구급차가 출동했다.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 어머니의 상태는 심실세동(VF)이었고, 병원 도착 후 심정지로 끝내 사망했다.


A씨는 119의 명백한 과실로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생각한다.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119의 '주소 오인'과 '4분 지연', 명백한 직무상 과실


변호사들은 119 당직자가 신고 주소를 잘못 전달해 출동이 늦어졌다면 직무상 과실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법률사무소 도결 최우준 변호사는 "119가 신고 주소를 잘못 전달해 출동이 지연됐다면, 직무상 과실 주장은 가능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가배상법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며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가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한다.


문제는 과실이 인정된다고 해서 배상까지 자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더신사 법무법인 장휘일 대표변호사는 "사망 사건은 과실 자체만으로 끝나지 않고, 지연된 출동과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그리고 만약 제때 도착했다면 생존 가능성이나 치료 기회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의학적 자료로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승패의 열쇠, '심실세동' 상태와 4분의 인과관계


결론부터 말하면, A씨의 어머니가 구급차 도착 당시 '심실세동(VF)' 상태였다는 점이 소송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법무법인 창세 김정묵 변호사는 "의무기록상 119 도착 당시 심실세동(VF)이었다면 이미 심정지 상태에 해당하므로, '심정지 전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는 주장보다는 '정상적으로 출동했다면 더 이른 시점에 심폐소생술과 제세동을 실시하여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는 방향으로 주장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조언했다.


심실세동은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고 미세하게 떨리는 상태로, 즉각적인 제세동기(AED) 사용이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대표적인 '골든타임' 질환이다. 4분의 지연이 이 골든타임을 놓치게 해 생존 가능성을 현저히 낮췄다는 점을 의학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의미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김민지 변호사는 "구급대원의 과실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고, 생존 가능성 감소가 의학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단순히 출동이 늦었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법원은 응급 출동 지연 사건에서 인과관계를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 치밀한 입증이 필요하다.


배상액은 어떻게 계산되나…'일실수입·위자료' 산정 방식


만약 법원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다면 배상액은 어떻게 산정될까? 배상액은 통상 망인의 일실수입(사고가 없었다면 벌었을 소득), 장례비, 위자료 등을 합산해 정해진다.


A씨는 연 3600만 원 소득을 올리던 어머니(59세)의 65세까지의 소득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계산했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실제 산정 방식은 이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일실수입은 가동연령(통상 만 65세)까지의 수입에서 생계비(통상 1/3)를 공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래에 벌어들일 소득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중간이자 공제도 거친다.


또한 A씨가 생각한 '청구금액 × 과실비율' 방식도 정확한 계산법은 아니다.


법원은 먼저 전체 손해액을 산정한 뒤, 망인의 기존 질환이나 심정지 자체의 위험성 등을 고려해 국가의 책임 비율을 제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체 손해액이 1억 원으로 산정됐고 법원이 국가의 책임 비율을 20%로 제한한다면, 배상액은 2000만 원이 된다.


소송을 결심했다면 '이 기록'부터 확보해야


변호사들은 소송을 제기하기 전 관련 기록을 최대한 확보하고 의료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119 신고녹취, 지령내역, 관제기록, 차량 GPS, 구급활동일지, AED·심전도 기록, 병원 의무기록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앤김 법률사무소 김도훈 변호사 역시 "신속히 도착했다면 사망을 피할 상당한 가능성이 있었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며 "응급의학과·순환기내과 감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러한 객관적인 기록과 의학적 소견을 통해 '4분의 지연'과 '사망' 사이의 연결고리를 증명하는 것이 국가배상 소송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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